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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오피스란 생각으로 집을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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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지속되는 코로나의 여파로 회사에 근무하는 지인들도 재택으로 전환해서 일을 하곤 하지만, 프리랜서로 작업하던 나 역시도 재택 작업으로 돌입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24시 카페에서 심야에 글 작업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 루틴으로 일을 해왔는데, 코로나가 장기화되며 카페의 영업시간도 제한이 되다 보니 이제는 집에서 글 작업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생활공간과 작업공간이 온전히 분리되지 않는 데다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으면, 게다가 키보드 위에 올라가 방해하는 고양이 한 마리도 있어 더욱이 원래의 페이스를 잃고 말았다.
집에 오래 있다 보니 불편한 것들, 아쉬운 것들은 어찌나 눈에 잘 들어오는지, 걸핏하면 집중이 흐트러졌다. 핑계라고 해도 하는 수 없지만, 다들 시험 기간에 책상 정리를 하게 되는 그런 심정을 이해하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온갖 청소를 하는 것을 기점으로 거실에 있는 창을 투명 창으로 바꿔 조망권을 확보했으며, 홈 카페 머신을 구입해서 언제든 좋아하는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게 되었고, 원두를 가는 동안 생각을 비울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핸드 드리퍼도 장만했다. 당연히 질 좋은 원두도 구매하며, 캡슐 커피보다는 쓰레기가 덜 나오니 환경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의 위안도 삼았다. 사운드 스피커와 서브 우퍼를 설치해서 그동안 아쉽게 느껴졌던 다소 빈약한 텔레비전의 사운드도 보완했고, 책상 옆에는 시력을 보호해준다는 스탠드 조명도 장만했다.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는 것도 부담이 되어 실내바이크를 들였고, 꽃을 사다 꽂아 놓기도 하고, 식물도 길렀다.
능률을 개선하기 위한 명목으로 구매하게 된 것들과 시도한 것들을 나열해 놓고 보니(개중 몇 개는 생략했음에도) 다소 민망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해서 삶의 질이 올라갔느냐고 묻는다면, 사실 집에 있는 것이 더 편안하고 즐거워졌으며 조금 더 생활이 윤택해졌다고 답할 수 있다. 물론 그래서 작업의 집중도와 능률이 올라갔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복합적이고 신중한 대답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그저 대세의 유행에 편승하는 프리랜서 작업자의 변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사람에게 공간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나는 몇 번의 이사를 거치며 사는 지역과 집이 내게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배웠다. 그래서인지 나는 나를 포함한 사람들이 홈 오피스라는 명목으로 각자의 생활환경을 조성하는 게 다행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비단 가전이나 가구 제품을 구매하며 편리성을 쫓으라는 것이 아니라 편한 동선이나 배치, 어떻게 하면 좀 더 집에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거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하는 행위가 필수적으로 기분과도 연결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공간을 척박하게 영위하다 보면 우울감과 무기력함에 젖어들기 쉽다. 혼자 일을 하는 시간이 긴 데다 더욱이 근래에 들려오는 뉴스들에 침잠되기 쉬운 이 시기에 머무는 공간마저 거칠다면 도무지 동력을 충전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요사이 우울감이 만성이 되었다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바깥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혼자 있을 때의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는 공간도 무척이나 중요하다. 앞의 이야기로 돌아가 그래서 작업이 잘 되느냐고 누군가 물으면 여전히 대답을 망설이겠지만, 그래도 이제 핑곗거리가 사라졌으니 정말 시작할 수밖에 없다 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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