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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와 미얀마, 같지만 다른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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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현재 러시아의 무기가 선량한 시민을 향해 불을 뿜는 곳은 두 곳이다. 유럽의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이, 동남아시아의 미얀마에선 그들이 판매한 무기를 쿠데타 군부가 들고 있다.
러시아제 무기는 유독 가혹하다. 민간인을 향하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수미 지역 공습으로 사망한 어린이 2명은 수많은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러시아군은 9일과 11일 마리우폴 어린이병원과 하르키우 병원을 포격했고, 40여 명의 아이들이 포탄의 파편에 신음 중이다.
지난 8일 러시아제 헬기에서 포탄이 떨어진 미얀마의 풍경도 다르지 않다. 7살 막내 동생을 끌어안고 즉사한 카야주(州) 삼남매 사진의 잔상이 가시기도 전에 5명의 사가잉주 어린이가 러시아산 AK소총에 목숨을 잃었다. 생을 마감한 어린 생명의 수를 정확히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전쟁이 주는 고통은 국적과 무관하며 생존은 어떤 전장이든 힘겹다. 우크라이나와 미얀마. 이들이 겪고 있는 비극의 깊이를 모두 헤아리긴 힘들 것이다. 마리우폴 병원 포격 소식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물론 유엔아동기금(UNICEF)까지 국제사회의 공분이 폭발하지만, 카야주 삼남매는 뉴스를 유심히 찾아 읽지 않는 한 기억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유럽 인접국들이 우크라이나 난민을 보듬을 때, 미얀마 난민은 접경국 태국의 국경수비대 단속을 운 좋게 피해 움막 속에서 공포에 떨며 숨죽이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도우려는 국제의용군이 유럽으로 향하지만, 미얀마는 사냥총을 든 시민저항군만 외롭게 밀림을 헤맨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아시아에 대한 서구의 편견이 드러나고 있다"(자얀타 칼리타 인도 원로 언론인)는 씁쓸한 분석이 하나씩 맞아 가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이 본격화한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국기를 얼굴에 그린 미얀마 청년들이 응원의 사진을 유럽으로 띄웠다. '러시아산' 같은 무기를 든 적에 대한 순수한 연대와 지지다. 다만 그들의 표정에 담긴 처절함은 처연하다. “미얀마도 잊지 말아달라.” 잊혀가는 미얀마의 슬픔에 눈길을 거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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