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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는 비닐봉지는 사실 잘 썩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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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 뿐 아니라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 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2주 단위로 수요일 연재합니다.
올해 1월 3일부터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만든 일회용품은 친환경제품 인증을 받을 수 없다. 이미 친환경제품 인증을 받은 제품의 경우에는 인증기간이 종료되면 갱신을 받을 수 없다. 이번 고시개정에 대해 생분해성 플라스틱 생산업체들 반발이 만만치 않다. 무엇이 문제일까?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짧은 시간 안에 미생물이 분해할 수 있도록 만든 플라스틱을 말한다. 여기서 분해란 유기물질이 미생물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는 것을 말한다. 물과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진 유기물질이 미생물 활동을 통해 다시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는 것이다.
일반 플라스틱은 자연환경에서 제품 및 재질에 따라 수십 년에서 수백 년에 걸쳐 분해가 일어난다. 분해가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은 제품을 사용할 때는 잘 변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되지만 쓰레기로 버려질 때는 처치곤란이 된다. 잘게 쪼개져 미세플라스틱이 돼 수백 년을 떠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변하지 않는 것은 우리의 굳건한 사랑과 믿음이면 족하다. 물질이든 사상이든 정책이든 유연하게 세상의 변화에 순응해야 한다.
잘 변하지 않는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이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58℃ 조건에서 6개월 동안 90% 이상이 분해가 될 때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언뜻 보면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좋은 것 같지만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대한 논란도 만만치 않다. 효용이 과장됐다는 것이다.
실험실 조건에서 테스트한 것이기 때문에 자연환경 조건에서는 분해가 제대로 되지 않고, 분리배출 될 경우 다른 플라스틱의 재활용을 방해할 수 있다. 또 소각됐을 때는 분해가 잘 된다는 것이 의미가 없고, 매립될 경우 혐기성 분해로 인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점 등이 지적되고 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마치 플라스틱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과장되면서 플라스틱 사용을 정당화시키는 위장환경주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환경부의 고시 개정은 이런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일회용품은 사용을 줄이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논란 많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대해 혜택을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전 세계적으로 생분해성 플라스틱 시장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관련 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데 거꾸로 된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을 한다. 또한 시장규모가 커지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서 분리배출 및 재활용 체계 구축도 가능한데 아예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싹을 밟아버린다는 불만도 있다.
업계 불만은 이해하지만 환경부 고시 개정은 맞는 방향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라고 해서 일회용품 사용을 장려해서는 안 된다. 일회용품은 줄이는 것이 맞다.
다만 현재의 경직된 제도 개선은 필요하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인증이 곧 친환경 제품 인증이 될 필요가 있을까? 생분해성 플라스틱 인증만 받으면 친환경 제품 인증이 되어 버리는 현 제도가 생분해성 플라스틱 논란을 오히려 키우고 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인증과 친환경 제품 인증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인증을 통해서 소비자에게 생분해 플라스틱 정보는 객관적으로 제공하되 이 중 친환경 제품으로 제도적 혜택을 줄 필요가 있는 제품에 한정해서 친환경 제품 인증을 하면 현재의 논란은 해소될 수 있다. 생분해 플라스틱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출구는 열어주되 위장환경주의 수단의 도구가 되는 것은 차단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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