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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대공원, 멸종위기동물 또 반출… 국제 인증 위반 논란

입력
2022.03.15 09:00
수정
2022.03.2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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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 동물쇼하는 동남아 동물원에 반출 예정
동물단체들 "국제 인증 AZA 규정 위반" 비판
"사육공간 마련 윤리적 동물 양도 규정 만들어야"


2011년 4월 서울동물원에 만들어진 침팬지 정글 타워에 올라온 침팬지들. 연합뉴스

2011년 4월 서울동물원에 만들어진 침팬지 정글 타워에 올라온 침팬지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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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이 동물쇼를 하는 동남아 국가의 한 동물원으로 국제적 멸종위기종 침팬지를 반출하려는 시도가 확인됐다. 이에 동물보호단체들은 국제 인증 규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문제는 서울대공원의 이 같은 행태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13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서울대공원은 사육 중인 침팬지 2마리 광복(13세), 관순(10세)의 동남아 동물원 반출을 지난해 초부터 추진해 왔다. 침팬지는 1973년 체결된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사이테스∙CITES) 부속서에 등재된 멸종위기종이다. 서울대공원이 침팬지 2마리를 다른 동물원에 보내려는 이유는 사육공간이 부족한 데다 비순혈 개체로 유전적 보전가치가 낮다고 보고 있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공원은 이들을 관람객에게 공개하지 않는 비전시 방사장과 내실에서만 관리하고 있다.

서울대공원, AZA 인증 따내고도 규정 위반 논란

서울대공원은 멸종위기종 침팬지를 동물쇼를 하는 동남아의 한 동물원에 반출을 추진 중이다. 동물단체들은 서울대공원이 획득한 국제 인증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대공원 홈페이지 캡처

서울대공원은 멸종위기종 침팬지를 동물쇼를 하는 동남아의 한 동물원에 반출을 추진 중이다. 동물단체들은 서울대공원이 획득한 국제 인증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대공원 홈페이지 캡처

서울대공원은 2019년 세계 최고 수준의 동물원 인증 기준인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AZA) 인증을 받았다. AZA는 멸종위기종의 보전, 동물복지 등 운영 전반을 살펴 인증 여부를 결정하는데 인증받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에서 AZA 인증을 받은 동물원은 서울대공원과 에버랜드 2곳뿐이다. AZA 규정에 따르면 △AZA 인증 기관은 동물 반출시 AZA 인증 기관으로 양도를 우선으로 하고 △AZA 인증을 받지 않은 기관으로 양도할 때는 동물을 적절히 보호할 자격이 없는 곳으로 양도해서는 안 된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서울대공원이 엄연히 AZA 인증을 받아놓고 의무를 외면한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이는 침팬지들이 옮겨갈 동물원이 AZA 인증을 받지 않은 곳이며 현지에서도 동물을 오락의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현지 동물보호단체는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동물원이 '동물을 쇼에 동원하고, 본래 습성에 반하는 행동을 하게 한다'고 비판하며 해당 동물원 방문 자제를 권고했다. 영국 동물보호단체 본프리재단도 해당 동물원의 동물학대 실태를 폭로한 바 있다. 이들은 이 동물원 사육사들이 코끼리쇼 도중 날카로운 도구를 사용한 행위를 적발한 바 있다.

2017년 3월 야자수잎을 가지고 장난치는 침팬지 광복이. 유튜브 추억을 간직한 동물원 이야기 (Y.M) 캡처.

2017년 3월 야자수잎을 가지고 장난치는 침팬지 광복이. 유튜브 추억을 간직한 동물원 이야기 (Y.M) 캡처.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침팬지 사육공간을 확보하기는커녕 동물쇼를 하는 동물원에 유기하듯 보내는 행위는 지극히 무책임하다"며 "해당 사실이 알려지면 국제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공원 측은 "해당 동물원의 침팬지 방사장은 현재 광복, 관순이가 지내는 시설보다 낫다"며 "혈통갱신, 보전, 교육의 목적으로 반입하며 동물쇼에 동원하지 않겠다는 해당 동물원의 입장을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멸종위기종 체험동물원 보내고, 폐사시키고

서울대공원은 2019년 국제적 멸종위기종 Ⅰ급인 알락꼬리여우원숭이 7마리를 부산의 한 체험동물원에 양도했다. 그중 3마리는 현재 제주의 한 체험동물원에 양도돼 체험에 동원되고 있다. 어웨어 제공

서울대공원은 2019년 국제적 멸종위기종 Ⅰ급인 알락꼬리여우원숭이 7마리를 부산의 한 체험동물원에 양도했다. 그중 3마리는 현재 제주의 한 체험동물원에 양도돼 체험에 동원되고 있다. 어웨어 제공

서울대공원은 2019년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알락꼬리여우원숭이 21마리를 대구와 부산 체험동물원에 보내 거센 비난을 받았다. 서울대공원은 AZA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우리는 동물복지를 훼손하는 시설이라며 개선을 지적 받자 시설을 개량하는 대신 알락꼬리여우원숭이를 체험동물원에 양도하면서 AZA 인증을 따냈다.

국제멸종위기종 그물무늬왕뱀의 모습. 2019년 9월 서울대공원은 법정 사육공간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원 처음으로 인공증식에 성공한 이 뱀의 알 18개를 냉동 폐기 처분했다. 서울대공원 홈페이지 캡처

국제멸종위기종 그물무늬왕뱀의 모습. 2019년 9월 서울대공원은 법정 사육공간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원 처음으로 인공증식에 성공한 이 뱀의 알 18개를 냉동 폐기 처분했다. 서울대공원 홈페이지 캡처

그해 9월에는 AZA 인증을 받자마자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그물무늬왕뱀이 낳은 알 20개 가운데 18개를 냉동 폐사시켰다. 이로 인해 한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야생동물 수의사 최태규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는 "AZA 인증 유효기간은 5년이다. 인증기간 중에도 관리 소홀 등이 적발되면 자격을 잃는다"며 "서울대공원은 국내 대표적 공영동물원으로 지금이라도 열악한 환경의 동물원에 동물을 반출하는 관행을 멈추고 윤리적 동물 양도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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