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전국서 꿀벌 '집단실종' 미스터리... "해충과 이상기후 탓"

입력
2022.03.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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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 응애류와 검은말벌 활동에 큰 타격"

지난 8일 경남 남해군 고현면 길가에서 꿀벌 한 마리가 노란 산수유꽃 주변을 분주히 날아다니고 있다. 뉴시스

지난 8일 경남 남해군 고현면 길가에서 꿀벌 한 마리가 노란 산수유꽃 주변을 분주히 날아다니고 있다. 뉴시스

올겨울 전국적으로 발생한 양봉농가의 월동 꿀벌 폐사는 해충·이상기후 요인이 복합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1월 7일부터 2월 24일까지 전국 9개 도 34개 시·군의 양봉농가 99곳을 대상으로 월동 벌 피해 민관 합동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결론 내렸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농진청과 농림축산검역본부, 지방자치단체, 한국양봉협회가 합동으로 진행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가에서 응애류 발생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고 △사양 꿀과 로열젤리 생산 때문에 방제 시기를 놓치면서 월동 벌 무리 중 일벌이 크게 줄어드는 ‘약군화’ 현상이 나타났다.

꿀벌 무리가 건강하게 겨울을 나려면 9, 10월 태어난 어린 일벌을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데, 기생성 응애류와 포식성 검은말벌이 이를 막아버린 것이다.

8, 9월 최대 번식하는 기생성 응애류가 발육 중인 꿀벌 번데기에 기생하면서 9, 10월 태어날 꿀벌의 개체수를 큰 폭으로 줄였다는 게 농진청의 설명이다. 여기에 꿀벌을 잡아 유충에게 먹이로 주는 검은말벌까지 왕성한 활동을 벌인 탓에 꿀벌 무리가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

지난해 9, 10월 저온현상으로 꿀벌 발육이 원활하지 못했고, 11, 12월 이상고온으로 봄꽃이 일찍 개화한 점도 악영향을 미쳤다. 발육이 정상적이지 못한 상태에서 화분 채집 등 외부활동으로 체력이 소진된 일벌이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얘기다.

농진청은 꿀벌응애 친환경 방제 기술과 무인기(드론) 이용 등 검은말벌 조기 방제 기술을 개발하고, 월동 꿀벌 관리에 관한 현장 기술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도 응애 구제제 적정 사용 요령 교육을 확대하고, 안전성과 효능이 뛰어난 천연물 유래 응애 구제제를 개발하기로 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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