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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5%만 치료 가능한 ‘희소 질환’ 환자에게 관심을

입력
2022.03.14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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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목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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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질환과 드문 질환, 급성 질환과 만성 질환, 진단이 쉬운 질환과 어려운 질환, 치료법이 있는 질환과 그렇지 않은 질환, 예후(豫後)가 좋은 질환과 나쁜 질환 등등'. 병 분류법은 이처럼 다양하다.

흔히 ‘희소(희귀) 질환’이라 부르는 질환은 여러 관점 중 좋지 못한 면을 골라 지닌다. 낮은 발생 빈도, 진단 어려움, 드문 치료법과 더딘 연구 단계는 물론 예후도 좋지 않고 살펴볼 수 있는 전문가도 드물다. 사면초가에다 고립무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환자가 2만 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환자 수를 알 수 없을 때 ‘희소 질환’으로 분류한다. 전 세계적으로 7,000여 종의 희소 질환이 있다. 이 중 5% 정도만 치료를 기대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희소 질환 환자는 8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희소 질환의 80% 이상이 유전ㆍ선천적 질환이다. 특히 희소 질환의 50% 이상이 어린이 환자이며, 1세 이하에서는 35% 넘게 사망한다.

희소 질환은 대부분 복합적인 증상과 함께 신체 기능이 퇴보한다. 진료가 어려워 여러 임상 진료과와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가족들도 환자를 돌보는 데 몇 배나 더 어려움을 겪는다.

필자가 주로 돌보는 미토콘드리아 질환이나 근육병 환자 진료는 소아청소년과를 중심으로 내분비내과, 심장내과, 호흡기내과, 신장내과, 안과,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등 다양한 의료진이 펼치는 고도화된 통합 진료가 이뤄진다. 어린이 환자 가족들은 식이ㆍ배변ㆍ재활 등 일상생활 유지에 항상 긴장을 늦추지 못하며 생업을 포기할 정도로 돌봄에 집중하는 일이 매우 흔하다.

이렇듯 치료ㆍ돌봄 과정이 복잡하고 어려운 희소 질환에 대해 국가ㆍ사회ㆍ의료계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먼저 정부는 의료 제도를 보완하고 지원 범위를 더 넓혀야 한다. 현재 ‘산정 특례 제도’를 통해 희소ㆍ난치 질환 환자의 진료비 본인 부담을 줄이려고 노력하지만 아직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희소 질환은 5% 정도만 치료법이 있지만 그마저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기가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희소 질환 치료제는 비용 효과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 수준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건강보험 적용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회는 더 따뜻한 시선으로 주변을 살펴야 한다. 희소 질환자에게는 관심이 필요하다. 사회가 희소 질환자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면 환자의 일상은 유지되고 그 가족들도 희망의 끈을 놓치 않을 것이다.

의료계도 더 용기를 내야 한다. 전문가 그룹의 희소 질환 관련 관심과 인식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드문 분야이지만 선구자적 노력으로 학문적 완성도를 이루려는 용기가 필요하고, 낮은 확률을 극복하는 과감한 연구 접근도 필요하다. 희소 질환 진단ㆍ치료법 개발을 위한 노력은 의료산업 분야에서도 병행되어야 한다. 어려운 일을 함께하기로 마음먹은 용기와 흘린 구슬땀은 반드시 가치를 인정받는 풍토가 이뤄져야 한다.

희소 질환에 대한 과도한 관심을 원치 않지만, 적재적소에 필요한 관심은 적극적으로 환영한다. 이 순간에도 사명감을 갖고 희소 질환 진료ㆍ치료에 매진하는 의료진과, 사랑과 정성으로 환자를 돌보는 가족분에게 깊은 감사와 응원을 보낸다.

이영목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이영목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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