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와의 '사투'... 맨몸으로 산불에 맞선 사람들

입력
2022.03.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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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 지역 산불이 8일째 이어지면서 산림 당국이 야간 산불 대응에 들어간 가운데 11일 산림항공본부 공중진화대원이 화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산림항공본부 제공

경북 울진 지역 산불이 8일째 이어지면서 산림 당국이 야간 산불 대응에 들어간 가운데 11일 산림항공본부 공중진화대원이 화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산림항공본부 제공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이 6일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일대에서 금강소나무숲을 지키기 위해 화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울진=산림청 제공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이 6일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일대에서 금강소나무숲을 지키기 위해 화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울진=산림청 제공


7일 강원 삼척시 원덕읍 노경리에서 강원도소방본부 특수재난대응단 소속 대원이 산불 진화를 위해 호스릴 장비를 끌고 있다.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7일 강원 삼척시 원덕읍 노경리에서 강원도소방본부 특수재난대응단 소속 대원이 산불 진화를 위해 호스릴 장비를 끌고 있다.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8일 강릉시 옥계면 남양2리 산불 현장에 투입된 육군 8군단 통신단 장병들이 나무 그루터기에 남아 있는 불씨를 수통의 물을 이용해 끄고 있다. 강릉=육군 8군단 제공

8일 강릉시 옥계면 남양2리 산불 현장에 투입된 육군 8군단 통신단 장병들이 나무 그루터기에 남아 있는 불씨를 수통의 물을 이용해 끄고 있다. 강릉=육군 8군단 제공

수통에 남은 물 한 방울까지 아낌없이 부어보지만, 불씨는 지긋지긋하게 되살아났다. 물통을 등에 매고 간이 펌프와 갈고리, 삽까지 들고 능선을 뛰어다닌 지 벌써 9일째. 소방관은 물론, 산림청 특수진화대원과 군 장병, 지자체 공무원 등 산불 진화에 투입된 인력들은 밤낮으로 숨이 턱턱 막히는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완전히 꺼진 줄 알았던 불씨가 밤사이 다시 살아나고,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통에 진화 인력의 체력은 급격히 고갈된다.

11일 기준 울진·삼척 산불의 진화율은 약 80%가량. 지난 4일 경북 울진에서 시작한 산불이 건조한 날씨와 강풍으로 인해 강원 삼척으로 번지면서 동해안 일대를 일주일 이상 휩쓸고 있다. 산불로 인한 피해 면적은 기존 역대 최대규모이던 2000년 4월 동해안 산불의 2만3,794㏊를 이미 넘어섰다. 주택 360여 채 등 650여 개 시설이 불탔고 4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산림당국은 산불의 주화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금강송 군락지인 소광리와 응봉산 일대에 헬기 80여 대와 산불 진화차량 280여 대를 투입한 것 외에도 특수진화대원 등 3,300여 명의 인력이 지난 1주일간 지상에서 진화작업을 해오고 있다. 한국전력을 비롯한 80여 개 단체 2,400여 명이 생업을 뒤로하고 진화 및 봉사활동에도 뛰어들었다.

울진·삼척산불 사흘째인 6일 오후 경북 울진군 울진읍 신림리 일대에서 해병대 장병 300여명이 산불진화작전에 투입되고 있다. 전날부터 진화작전에 투입된 해병대 1사단 신속기동부대 900여명은 이날 각지로 흩어져 진화를 도왔으며 산불이 꺼질 때까지 작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울진=연합뉴스.

울진·삼척산불 사흘째인 6일 오후 경북 울진군 울진읍 신림리 일대에서 해병대 장병 300여명이 산불진화작전에 투입되고 있다. 전날부터 진화작전에 투입된 해병대 1사단 신속기동부대 900여명은 이날 각지로 흩어져 진화를 도왔으며 산불이 꺼질 때까지 작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울진=연합뉴스.


울진삼척 산불 8일째인 11일 육군 제50보병사단과 제2신속대응사단 황금독수리여단 장병들이 경북 울진군 응봉산 일원에서 잔불 정리작전을 실시하고 있다. 육군 50사단제공

울진삼척 산불 8일째인 11일 육군 제50보병사단과 제2신속대응사단 황금독수리여단 장병들이 경북 울진군 응봉산 일원에서 잔불 정리작전을 실시하고 있다. 육군 50사단제공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소속 공중진화대원이 7일 경북 울진군 북면 안말래길에서 금강소나무숲을 지키기 위해 밤샘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다 물을 마시고 있다. 산림청 제공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소속 공중진화대원이 7일 경북 울진군 북면 안말래길에서 금강소나무숲을 지키기 위해 밤샘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다 물을 마시고 있다. 산림청 제공

산불 진화는 헬기가 다 하는 것 같지만, 지상 인력도 매우 중요하다. 주간에는 헬기가 큰불을 어느 정도 잡는다 해도, 야간에는 헬기 운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력과 소방차 등 오로지 지상 진화작업만 가능하다. 그 때문에 야간 진화작업은 거센 불길을 잡기보다 확산을 저지하거나 그 속도를 늦추는 데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강원 경북의 산세가 험하다 보니 사람의 접근조차 쉽지 않아 산불진화는 더디고 진화인력들은 급속도로 지쳐갔다.

한편, 대형산불로 인해 곳곳에서 아슬아슬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4일엔 삼척 LNG 생산기지, 5일엔 울진의 가스충전소, 8일에는 삼척의 고압 송전탑이 산불의 위협을 받았고, 긴급 출동한 소방대원과 산불진화헬기가 적극적인 방어선을 구축한 덕분에 위험한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6일 새벽 강원 동해시 망상해변 인근에 강원을 비롯해 각 시도 소방본부에서 파견한 소방차들이 집결해 있다. 동해=연합뉴스

6일 새벽 강원 동해시 망상해변 인근에 강원을 비롯해 각 시도 소방본부에서 파견한 소방차들이 집결해 있다. 동해=연합뉴스


경북 울진군 산불 이틀째인 5일 산림청이 산불 진화를 위해 죽변면 봉평리 비상활주에 설치된 이동급수조에 레미콘 차량으로 물을 채우고 있다. 이동급수조는 약 4만리터 용량이며 초대형헬기가 5번 정도 담을 수 있다. 울진=뉴스1

경북 울진군 산불 이틀째인 5일 산림청이 산불 진화를 위해 죽변면 봉평리 비상활주에 설치된 이동급수조에 레미콘 차량으로 물을 채우고 있다. 이동급수조는 약 4만리터 용량이며 초대형헬기가 5번 정도 담을 수 있다. 울진=뉴스1


(울진=뉴스1) 최창호 기자 = (울진=뉴스1) 최창호 기자 = 울진·삼척 산불 엿새째인 9일 경북 울진군 죽변면 봉평리 산불현장지휘본부 주차장에 진화대원들이 사용할 각종 장비들이 쌓여있다. 2022.3.9/뉴스1

(울진=뉴스1) 최창호 기자 = (울진=뉴스1) 최창호 기자 = 울진·삼척 산불 엿새째인 9일 경북 울진군 죽변면 봉평리 산불현장지휘본부 주차장에 진화대원들이 사용할 각종 장비들이 쌓여있다. 2022.3.9/뉴스1

산불진화를 위한 장비 지원도 역대 최대 규모다. 전국에서 지원 온 소방차가 동해시 망상해수욕장에 집결해 있고, 산림청은 헬기 담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4만ℓ 용량의 초대형 이동 급수조를 울진 죽변면 비상활주에 설치했다. 영화 트랜스포머3에 등장하기도 한 괴물 소방차 ‘로젠바우어 판터’가 금강송 군락지를 지켜내기 위해 급파되기도 했다. 로젠바우어 판터는 현재 국내 단 7대뿐인데 이 중 5대가 울진 화재 현장에 투입됐다.

8일 경북 울진군 울진읍 금산터널 앞에서 로젠바우어 판터가 동원되고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8일 “경북 울진군 금강송 군락지 화재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 고성능화학차인 로젠바우어 판터 5대를 급파했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 제조업체 로젠바우어사의 ‘판터’ 소방차는 8륜 구동의 경우 대당 가격은 약 18억원이다. 울진=뉴스1

8일 경북 울진군 울진읍 금산터널 앞에서 로젠바우어 판터가 동원되고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8일 “경북 울진군 금강송 군락지 화재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 고성능화학차인 로젠바우어 판터 5대를 급파했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 제조업체 로젠바우어사의 ‘판터’ 소방차는 8륜 구동의 경우 대당 가격은 약 18억원이다. 울진=뉴스1


4일 오후 경북 울진에서 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북쪽인 강원 삼척까지 번지는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삼척LNG기지 화재 방어 총력대응을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삼척=소방청 제공

4일 오후 경북 울진에서 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북쪽인 강원 삼척까지 번지는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삼척LNG기지 화재 방어 총력대응을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삼척=소방청 제공


5일 오후 경북 울진군 연지리의 한 LPG 가스 충전소 뒤에 산불이 번진 가운데 LPG 가스통이 쌓인 곳으로 불길이 번지자 직원들과 소방관계자들이 긴급 진화를 하고 있다. 울진=연합뉴스

5일 오후 경북 울진군 연지리의 한 LPG 가스 충전소 뒤에 산불이 번진 가운데 LPG 가스통이 쌓인 곳으로 불길이 번지자 직원들과 소방관계자들이 긴급 진화를 하고 있다. 울진=연합뉴스


6일 오전 강원 삼척시 원덕읍에서 산불이 계속되는 가운데 산양리2리에서 공무원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삼척시 제공

6일 오전 강원 삼척시 원덕읍에서 산불이 계속되는 가운데 산양리2리에서 공무원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삼척시 제공


8일 오후 강원 삼척시 원덕읍 사곡리 일대 산불이 고압 송전 선로를 위협하는 가운데 산불진화헬기가 물을 뿌리고 있다. 삼척시 제공

8일 오후 강원 삼척시 원덕읍 사곡리 일대 산불이 고압 송전 선로를 위협하는 가운데 산불진화헬기가 물을 뿌리고 있다. 삼척시 제공


10일 밤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일대에서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공중진화대원들이 금강송 군락지 주변 불을 끄고 있다. 산림항공본부 제공

10일 밤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일대에서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공중진화대원들이 금강송 군락지 주변 불을 끄고 있다. 산림항공본부 제공




홍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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