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첫 '안보 시험대' 제대로 만났다… 한미 "北, 신형 ICBM 시험"

입력
2022.03.12 00:1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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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발사 가능성... '모라토리엄' 파기 눈앞

11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해위성발사장 시찰 관련 보도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해위성발사장 시찰 관련 보도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도 하기 전에 북한발(發) ‘안보 시험대’를 만나게 됐다. 한미 군당국이 11일 북한이 최근 두 차례 시험발사한 탄도미사일을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으로 지목하면서 고강도 도발 가능성이 한층 커진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ICBM을 쏠 수 있는 발사장을 찾아 ‘업그레이드’를 지시하는 등 모든 정황이 ‘모라토리엄(ICBM 시험발사 유예)’ 파기 쪽으로 향하고 있다.

4월이 도발 적기로 꼽히는 점을 감안하면, 윤 당선인은 자칫 새 정부가 들어서기도 전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 기간에 북핵 대응 능력을 증명해야 할지 모른다. 윤석열 정부는 강경 대북정책을 공언한 상태다.

"北 주장 위성의 정체는 화성-17형"

미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10일(현지시간)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북한의 두 차례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신형 ICBM 체계를 수반했다고 결론 내렸다”며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한 (ICBM이) 그것”이라고 밝혔다. 화성-17형을 콕 집어 명시한 것이다. 우리 국방부도 11일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시험발사 당시 ‘정찰위성’이라는 북한의 주장에, 한미는 고도와 사거리를 토대로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양국은 다양한 출처의 정보를 분석해 미사일의 진짜 정체를 신형 ICBM으로 봤다. 동체는 화성-17형을 활용하되, 제원을 조정해 MRBM의 궤적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이 (화성-17형의) 최대사거리 시험발사를 앞두고 성능을 시험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ICBM 도발을 감행할 징후도 속속 포착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의 서해위성발사장 방문 소식을 전하며 “(김 위원장이) 위성들을 다양한 운반로켓으로 발사할 수 있게 현대적 개건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서해위성발사장은 ICBM 발사 기술과 비슷한 장거리 로켓을 쏘아 올리는 곳이다. 전날엔 김 위원장의 ‘군사정찰위성’ 배치 계획이 공개됐다. 화성-17형 시험발사에 필요한 부대시설 정비도 병행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임박한 ICBM 도발... 美 '사전 경고' 노렸나

북한이 상반기 ICBM급 도발에 나설 조짐은 꾸준히 엿보였다. 올 들어 벌써 9차례 미사일을 쏘아 올렸고, 김 위원장도 1월 “신뢰구축조치(모라토리엄) 재고”를 직접 언급했다. 물론 북한은 모든 무력시위가 “국방발전 5개년 계획에 따른 일상 훈련”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한미의 발표로 “ICBM 시험발사가 임박했다”는 시나리오가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최근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갱도 일부 복구로 추정되는 활동이 식별됐다"고 전해 '핵실험 재개'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 마련된 당선인 사무실에서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미국대사대리를 접견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 마련된 당선인 사무실에서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미국대사대리를 접견하고 있다. 뉴스1

미국이 북한 ICBM 이슈를 수면 위로 올린 시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기체계 이름 등 북한 관련 핵심 정보를 미 당국이 알린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한 군사전문가는 “북한의 오판을 미리 막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정신이 팔려 있지만, “북한의 도발 위협도 묵과하지 않겠다”는 ‘사전 경고’ 의지를 보였다는 풀이다. 실제 미 당국자는 북한의 대화 테이블 복귀를 거듭 촉구하면서도 “재무부가 북한의 금지된 무기 프로그램 진전에 필요한 해외 품목 등에 새 제재를 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9일 미 인도ㆍ태평양사령부 역시 서해 일대에서 정보ㆍ감시 활동 강화 방침을 확정하는 등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기조는 ‘압박’ 쪽으로 옮겨가는 추세가 뚜렷하다.

취임 전부터 '북한 난제' 떠안은 윤석열

정부는 이날 북한에 긴장 고조 행위 중단을 촉구하는 등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청와대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는 만큼,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ICBM 도발을 실행에 옮기지 않는 한 상황 악화 방지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레 ICBM 대응은 윤 당선인 몫으로 넘겨질 확률이 높다. 문제는 김정은 정권을 옥죌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현재 미국과 극렬히 대립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몽니로 북한을 제재하기능커녕 공동 입장조차 내기 버거운 형편이다. 윤 당선인이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제어할 ‘묘수’를 찾지 못할 경우 임기 초부터 ‘안보 무능’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는 셈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정부 출범 초반에는 한미 간 조율에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서 “윤 당선인은 한미동맹 강화를 내건 만큼 미국의 대응에 적극 보조를 맞추면서 해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준기 기자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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