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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통령은 대학규제를 혁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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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4 00: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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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유한하지만 국가는 무한하다. 새로 선출된 5년 단임제 대통령은 임기 내 국정과 아울러 국가와 민족의 무한 미래를 기획하고 설계하는 책무도 동시에 갖는다. 5년 후 평가보다 더 중요한 것이 20년 후 다음 세대의 평가임을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미래 세대를 위한 국가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이며, 그 중심에 대학이 있다. 2008년을 정점으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고등학교 졸업생의 약 70%가 대학에 진학한다. 다음 세대가 가장 아름답고 왕성한 젊은 시절을 대학에서 어떻게 보내고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경험하는가에 따라 개인과 국가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 속에서 대학의 책임은 다음 세대에 지식을 전수하고 인재를 키워 사회를 견인하는 것이었다. 근대 유럽과 미국의 대학은 근대적 교양인을 양성함과 동시에 산업혁명 이후 시대에 필요한 실용적 과학기술 지식을 습득한 인재를 키워 인류 사회의 진보에 기여했다. 제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대전환, 국제분쟁과 신냉전, 기후와 에너지 위기, 정치갈등과 경제 위기 시대에도 대학의 책임은 같다. 다만 현재와 미래의 대학은 탈근대 사회의 새로운 사회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하는 탈근대적 문제해결형 인재를 키워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를 위해 우리 대학들은 근대적 관행의 산을 과감하게 넘어서고 관료주의적 규제의 강을 용기 있게 건너가야 한다. 대학이 먼저 길을 트고 나가야 희망의 미래 사회가 열린다. 국가는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정책으로 대학의 담대한 도전을 도와줘야 한다.

국가도 대학도 이전과는 다른 대학의 소임을 생각해야 한다. 많이 가르쳐서 암기하게 하는 교육이 아니고, 조금 덜 가르쳐도 개개인의 창의성을 존중하고 키워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교과서와 문제집의 정답을 말해야 좋은 성적을 받는 교육이 아니고, 자신만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토론을 통해 결론을 찾아가는 교육이 필요하다. 학생들을 수능시험 성적으로 줄 세우지 않고 졸업 후 어떤 인재가 되었는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교수는 논문뿐 아니라 연구기술의 사업화로 미래 산업에 기여하거나 혹은 통찰력 있는 강의를 통해 다음 세대에 끼치는 영향력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근대 대학이 오래전 설정한 전통적인 전공 범주 속에 교수도 학생도 안주하는 대학은 더 이상 이상적인 대학이 아니다. 전공을 넘나드는 융합형 연구와 인재 양성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대학은 획일적 시스템으로 엄격한 학사원칙에 의해 돌아가는 조직이 아니고, 각기 특성 있는 시스템으로 유연하게 운영되는 조직이어야 한다. 그래서 늘 새로운 연구와 교육의 시도가 가능한 대학이 필요하다. 비슷비슷한 대학이 아니고 각 대학의 강점과 특성이 살아있는 대학이 필요하다. 뭐든 교육부에 물어봐야 하는 대학이 아니고 스스로 알아서 잘 하는 대학이 필요하다.

현재 가장 절실한 과제는 교육부 규제의 틀의 극복이다. 특히 정부교부금을 받지 않는 사립대학에 대한 규제는 서로 다른 설립 목적과 교육철학을 갖는 사학의 창의성과 상상력을 결정적으로 저해한다. 자유라 불리는 산소를 먹고 사는 대학이 자율성을 잃으면 이는 더 이상 세계인의 자유 정신으로 인류 미래를 개척하는 '유니버시티'가 아니다. 다음 세대는 새로운 대학에서 자유의 정신을 배우고, 그 자유 속에서 창의성과 상상력의 날개를 마음껏 펼쳐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규제의 틀을 혁파해 주는 것이 다음 세대의 미래, 20년 후 역사의 준엄한 평가를 생각하는 대통령이 할 일이고, 국가가 할 일이다. 대학을 살려야 국가의 무한 미래가 열린다.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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