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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의 권력이양...감옥 가는 전직 대통령은 없다

입력
2022.03.13 10:00
25면
2016년 미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오바마 당시 대통령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2016년 미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오바마 당시 대통령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순조로운 권력이양과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마음에서 미국에서는 대통령 교체가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지 살펴봄 직하다.

선거가 끝나면 먼저 패배한 후보가 승복연설을 한다. 1896년 민주당 브라이언 후보가 공화당 매킨리 당선인에게 전보로 축하인사를 한 것에서 유래했다. 1928년에는 스미스 후보가 최초로 라디오를 통해서, 그리고 1952년에는 스티븐슨 후보가 처음 TV 생중계로 승복연설을 했다. 비교적 최근에는 공화당 매케인 후보가 2008년 민주당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배하고 한 연설이 유명하다. "오늘 미국은 잔인하고 교만했던 과거의 미국과 다른 세계이다. 흑인이 대통령이 된 것만큼 더 좋은 증거는 없을 것이다"라며 상대방의 당선에 역사적인 의미까지 부여했다.

이어서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소감을 말한다.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은 "가파른 길이 앞에 놓여 있다. 단결해야 한다"라고 했고, 2020년 바이든 대통령은 "이제는 분노와 거친 수사를 뒤로하고 국가로서 하나가 될 때!"라고 말했다. 심지어 2016년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은 분열의 상처를 치유할 때가 왔다.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며 '통합'의 메시지를 전했다.

당선이 확정된 다음날은 곧 물러날 대통령이 당선인를 백악관에 초대한다. 원활한 권력이양을 약속하는 자리인데, 이 순간부터 전임과 현직 대통령의 새로운 관계도 시작된다. 정당이 다르더라도, 혹은 선거에서 치열하게 싸웠더라도, 전임 대통령이 '적'에서 '후원자'로 바뀌는 순간이다. 또한 대통령 당선인도 최대한 예우를 가지고 전임자를 더 이상 공격하지 않는다. 1961년 케네디 대통령은 피그만 공격작전 때 아이젠하워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알려져 있고, 1974년 포드 대통령은 전임 닉슨 대통령의 형사범죄 혐의에 대해 사면까지 했다. 심지어 깊은 우정을 나누는 친구 관계로 발전한 경우도 있다. 1976년 대선에서 경쟁한 포드와 카터는 죽을 때까지 절친한 관계를 이어갔고, 1992년 잔인하게 싸웠던 부시와 클린턴도 다정한 골프 친구가 되었다.

대통령 취임식 날 전임자가 집무실에 편지를 남겨두고 가는 전통도 있다. 역사가 그리 길지는 않은데, 1989년 레이건 대통령이 자신의 부통령이던 후임 부시 대통령에게 쓴 편지가 시작이었다. 부시는 4년 뒤 퇴임하면서 클린턴 대통령에게 비슷한 편지를 남겼는데, "당신의 성공은 이제 우리나라의 성공입니다. 당신을 믿습니다"라는 문구가 유명해졌다. 가장 최근에는 선거불복을 주장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후임 바이든 대통령에게 편지를 쓸지 여부가 화제였는데, 편지는 썼지만 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었다.

권력이양이 순조로웠기 때문인지, 전직 대통령이 형사 기소되어 법의 심판을 받은 사례도 전무하다. 닉슨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사면까지 받았고, 오바마 재임 시절 전임 부시 대통령이 테러용의자 고문 사건에 연루되었을 때 "과거를 보지 말고 앞을 보자"며 덮은 사례도 있다.

19세기나 20세기 초반에는 퇴임 후 다시 정치에 뛰어든 경우도 있었다. 6대 애덤스 대통령은 연방하원의원을, 17대 존슨 대통령은 연방상원의원을, 그리고 27대 태프트 대통령은 연방대법원장을 지냈다. 하지만 대개는 대통령 도서관을 만들고 강연을 다니거나 회고록을 쓴다. 경제적인 생활고에서 벗어나려는 다소 어이없는 이유에서 시작된 트루먼 대통령의 회고록이 처음인데, 이후 모든 대통령이 자신의 재임 시절에 대한 책을 집필했다.

이제 한국도 보다 건설적인 전임-후임 대통령 관계를 정립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박홍민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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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민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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