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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엔 총을 '쏘다'가 '놓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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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을 놓다’가 ‘총을 쏘다’라는 뜻이었다는 것을 아느냐고 물으면 대부분은 “그런 뜻이 있었어요?”라는 반응이다. 현대의 ‘총을 쏘다’의 의미로 사용되었던 낱말 짝은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총을 놓다’가 월등하게 많이 사용되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놓다’의 여러 뜻풀이 중의 하나로 ‘총이나 대포를 쏘다’로 풀이되어 있지만 사전의 예문은 한용운 선생이 1930년대 신문에 연재한 소설 ‘흑풍’에서 가져온 것이고, 1980년대 구술을 채록한 ‘한국구비문학대계’에도 ‘총을 놓다’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지금은 일상에서 사용하는 표현은 아니다. 백 년이 지난 지금 ‘총을 놓다’가 ‘총을 쏘다’의 의미로 사용되는 예는 글말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다.
‘총을 놓다’는 어떻게 생기게 되었을까? ‘총’과 유사한 무기인 ‘포(砲)’와 연결해서 생각할 수 있다. ‘총’보다 먼저 널리 사용된 ‘포’의 낱말 짝은 ‘놓다’였다. ‘총’이 처음 들어왔을 때 불을 붙여 발사하는 방식, 둥근 모양 등 ‘포’와 비슷한 점이 많아 자연스럽게 총의 낱말 짝으로 ‘놓다’가 선택된 것으로 생각된다.
‘포’가 ‘놓다’와 짝이 된 유래는 무엇일까? ‘포’와 함께 나타나는 한자 ‘放(방)’과 연결 지어 생각할 수 있다. ‘放(방)’의 뜻은 ‘놓다’인데 현대에 ‘포를 쏜다’는 의미인 ‘방포(放砲)’라는 낱말이 옛 문헌 자료에 등장하는 점을 보면 한자어를 우리말로 풀거나 우리말을 한자어로 옮기면서 생겨난 말로 추정할 수 있다. 총과 포의 발사 횟수를 셀 때 ‘한 방, 두 방’이 사용되는 것을 보면 ‘放(방)’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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