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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팔도 21개 도시서 열리는 K리그 열기 느껴보세요

입력
2022.03.12 04:30
수정
2022.03.13 11:49
14면

<3> 2022 K리그

K리그 탐색은 전국 팔도 도보 여행
‘5연승’ 전북은 부진·포항은 활약
김천 조규성·제주 구자철·수원 이승우

승격과 강등의 갈림길서 사투도 관전 포인트
K리그2 선두 부천과 경남·안양
신입사원 김포의 패기도 주목

반전 드라마 가득한 K리그
21개 도시서 매주 열리는 경기
필드 위 열기를 현장에서 느껴보세요

편집자주

강소희 작가, 서효인 시인이 스포츠로 풀어내는 세상 이야기. 스포츠에 열광하는 두 필자의 시점에서 이 시대의 스포츠를 응원하고 지적합니다.


2월 14일 서울 용산구 임정로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22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12개 대표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2월 14일 서울 용산구 임정로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22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12개 대표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고도로 발달한 K리그 탐색은 전국 도보 여행과 다르지 않다. 그것은 송해 선생님이 진행하는 '전국노래자랑'의 실로폰 소리와 견줄 만하며, 선거를 앞둔 대선후보의 유세 일정에서도 기시감을 느낄 수 있으며, ‘생생정보통’과 ‘6시 내고향’을 합쳐 놓은 프로그램을 상상해도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과연 그럴까.

2022년 K리그가 개막하여 10일까지 4라운드를 치렀다. 1위는 울산 현대로, 4경기 3승1무(승점10)이다. 5연속 우승으로 리그를 호령한 전북 현대는 시즌 초 예상하지 못한 부진을 겪고 있다. 4경기 1승1무2패(승점4)로 9위,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전북의 부진은 포항 스틸러스의 활약에 원인이 있다. 3라운드에서 전북은 원정팀 포항의 주도적인 게임 끝에 1-0으로 졌다. 볼 점유율은 전북 62% 포항 38%로 전북이 앞섰으나, 정작 유효슈팅은 전북이 넷, 포항이 여덟 개였으니 전북으로서는 극히 비효율적인 축구를 한 셈이고, 이러한 비효율은 다음 라운드 울산 전까지 극복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K리그만의 로컬 팀이라고 할 수 있는 '군인팀' 김천 상무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호성적이 기대된다. 특히 스트라이커 조규성의 잠재력이 소속팀이나 대표팀 모두에서 만개하는 모양새다. 지난 시즌 강등의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강원FC는 최용수 감독을 중심으로 절치부심한 듯하다. 좋은 경기력으로 승점 7점을 챙겼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이번 시즌마저 중위권을 유지한다면 이제 ‘생존왕’이라는 별칭은 필요 없을 것이다. 특유의 뒷심이 리그 후반이 아닌 경기 후반에 나오면서 승점을 모았다.

김천 조규성(오른쪽)과 울산 김영권이 2월 20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경기에서 볼 다툼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김천 조규성(오른쪽)과 울산 김영권이 2월 20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경기에서 볼 다툼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11년 만에 '친정팀' 제주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국내 프로축구 K리그 무대로 돌아온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구자철이 6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수원FC 경기에 앞서 양 팀 선수와 인사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11년 만에 '친정팀' 제주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국내 프로축구 K리그 무대로 돌아온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구자철이 6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수원FC 경기에 앞서 양 팀 선수와 인사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FC서울은 지난날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아직 필요한 것이 많아 보인다. 수도 서울에 유일한 1부 리그의 팀으로서, 시민구단이 아닌 기업구단으로서 비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지금 보이는 건 현재 순위만큼 어정쩡한 전력뿐이다. 비전은 제주도의 유일한 프로구단 제주 유나이티드에 더 보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시즌 초 성적이 따라주지 않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겨우내 충실한 보강이 이뤄졌는데 스타 미드필더 구자철까지 고향 팀으로 돌아온 상황이니, 많이 이기지 않으면 안 될 팀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그런 팀이 실제로 꼭 많이 이기라는 법은 없지만.

수원 삼성은 작년 시즌 초반에 보여줬던 ‘매탄소년단’의 신선한 돌풍을 잇지 못하고 있다. 주요 선수의 이적도 있었으나, 소년들만으로는 거친 리그에서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레알수원’으로 불렸던 한때도 기억에서 서서히 지워지는 중이다. 현재 순위는 승점 4점으로 8위. 득실차는 마이너스다. 9위는 앞서 말했듯이 전북이다. 우승을 그야말로 밥 먹듯이 하는 동안 자연스레 주전들의 노쇠화가 찾아온 것 같다. 그럼에도 스쿼드는 압도적으로 두껍고, 빠른 리그 개막이 강팀 특유의 '슬로 스타터(slow starter)' 기질을 더 자극했을지도 모른다. 언제 올라와도 올라올 것이겠지만, 울산에게 당한 홈 패배는 다소 치명적으로 보인다.

1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울산 현대와 수원FC의 경기에서 울산 엄원상이 오버헤드킥으로 패스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울산 현대와 수원FC의 경기에서 울산 엄원상이 오버헤드킥으로 패스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FC의 초반 부진 또한 조금은 의아하다. 대구는 매력적인 경기장과 관중의 열기, 아기자기하면서도 다이내믹한 축구로 최근 각광받은 팀이다. 그러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해야 하는 이 팀이, 한창 좋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것은 냉정히 말해 외국인 에이스 윙어뿐이다. 성남FC는 몇 번째 데자뷔를 보는 듯, 비슷한 행보다. 지난 수원 삼성과의 경기처럼 모처럼 좋았던 경기력을 보인 게임에서 승점 1점만 가져오는 것은 시즌 후반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수원FC의 부진은 예측 바깥의 것이었다. 작년 시즌, 승격 팀임에도 불구하고 견고한 모습을 보였고, 올 시즌을 앞두고 공격수 이승우를 영입해 화력을 키웠다. 지금의 순위가 어울리지 않는 자리처럼 느껴지겠지만, K리그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지만.

1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2022 울산현대와 수원FC의 경기에 앞서 관중들이 선수단 입장을 지켜보고 있다. 뉴스1

1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2022 울산현대와 수원FC의 경기에 앞서 관중들이 선수단 입장을 지켜보고 있다. 뉴스1

이렇게 K리그1의 현재까지 팀 상황을 일별해보았다. 전국 11개 도시의 이름을 한 줄로 세워야만 가능한 일이다. 우리 안방의 리그보다 우리가 그 사정을 더 잘 아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처럼 꾸준한 강팀도 있고, 옛 시절의 무용담이 풍부한 팀도 있으며, 승격과 강등의 갈림길에서 매번 사투를 벌이기 일쑤인 팀도 있다. 그리고 사투에서 패배한 팀이 행하는 2부 리그도 있다. 그것을 K리그2라고 부른다.

K리그2의 우승팀은 자동으로 승격된다. K리그1 최하위 팀은 자동 강등이니, 두 팀이 자리를 맞교환하는 셈이다. K리그2의 앞에서 두 번째 팀은 K리그1의 뒤에서 두 번째 팀과 승강 플레이오프(PO)를 치른다. 이기면 승격, 지면 강등이니 꿀 같은 재미가 예상된다. 아직 기회는 남았다. K리그2의 3~5위는 프로야구 플레이오프와 비슷한 사다리식 토너먼트를 거쳐 K리그1의 10위 팀과 역시 승강 플레이오프를 한다. 꿀 같은 재미가 곱빼기라는 뜻이다.

6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2 3라운드 경남FC와 FC안양의 경기. 경남 에르난데스(가운데)가 득점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6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2 3라운드 경남FC와 FC안양의 경기. 경남 에르난데스(가운데)가 득점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시즌 초지만 작년 리그 최하위를 기록한 부천FC 1995가 현재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어, 올해 판도 예측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그 뒤를 경남FCFC안양이 따르고 있는데, 경남이 한때 K리그1의 터줏대감이었다면 안양은 2013년에 창단한 리그의 비교적 새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부천과 안양 모두 연고지 이전과 관련한 역사적 연원이 있으나, 이제는 명실상부한 도시를 대표하는 팀이라 할 수 있겠다.

안양이 이제 대리로 승진을 했다면 김포FC는 생짜 신입사원에 불과하다. 2021 시즌 K리그3에서 우승했지만 세미프로 리그에 불과하고, 승격이 아닌 프로팀 창단의 형태로 리그에 가입했다. 그리고 낯가림도 없이 2연승을 달려 현재 순위는 무려 4위다. 다음 순위에는 서울이랜드FC가 자리한다. 서울에 축구팀이 FC서울 하나만은 아닌 것이다. 심지어 기업구단인데도 시민구단들도 몇 차례나 성공해낸 승격을 이루지 못했다. 올해는 어떨까. 아직은 알 수 없다.

K리그2 대전하나시티즌이 9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하나원큐 FA컵 2라운드 홈 경기에서 한국 축구 3부리그 격인 K3리그의 화성FC와의 연장전까지 120분 동안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졌다. 사진은 대전하나시티즌과 화성FC의 경기 모습. 대한축구협회 제공

K리그2 대전하나시티즌이 9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하나원큐 FA컵 2라운드 홈 경기에서 한국 축구 3부리그 격인 K3리그의 화성FC와의 연장전까지 120분 동안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졌다. 사진은 대전하나시티즌과 화성FC의 경기 모습. 대한축구협회 제공

지난 시즌 아쉽게 강등당한 광주FC는 신생팀에 첫 승을 안겼지만, 다행히 다음 경기 말쑥한 승리를 거둠으로써 팀을 재정비했다. 부정선수 교체 등 작년의 불운을 올해 극복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부산 아이파크가 이렇게 K리그1에 잠시 머물고, K리그2에 오래도록 자리할 거라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기업구단에, 구단주는 대한축구협회장이며, 감독은 외국인이다. 확실히 뭔가 달라도 달라야 할 텐데, 전과 달리 올해는 다를 수 있을까.

충남아산FC안산그리너스, 대전하나시티즌, 전남드래곤즈가 하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팀마다 2~3경기를 진행했을 뿐이니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불과 몇 개월 전, 2부 리그에서도 높은 순위표에 있지 않던 전남이 FA컵(대한축구협회컵) 결승에서 대구를 잡고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획득할지 알았겠는가. 다만 그 덕에 전남은 다른 팀에 비해 일정상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혹은 빡빡한 일정의 열기가 경기력에 도움을 줄 수도 있을 테다.

하나원큐 K리그1 2022 공식 개막전 전북현대와 수원FC 경기가 열린 19일 전북 전주시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은 관중들로 장내가 북적이고 있다. 뉴시스

하나원큐 K리그1 2022 공식 개막전 전북현대와 수원FC 경기가 열린 19일 전북 전주시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은 관중들로 장내가 북적이고 있다. 뉴시스

이렇게 글로 톺아보는 3월 2주 차 K리그 소식이었다. K리그는 국내 프로 스포츠 중 가장 많은 팀을 운영 중이며, 당연히 가장 많은 도시가 연고지로 기능한다. 아마 당신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가장 수준 높은 축구가 바로 K리그일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스포츠가 축구라는데, 유독 국가대표팀에만 집중된 우리의 현실에서 한국 축구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K리그 소식은 풍성하게 다뤄지지 못한다. 시차에 맞지 않는 해외 축구로 축구에 대한 애정을 발산하고, 정작 우리 리그에는 무관심한 ‘팬’이 많다. 그에 반해 전국의 축구장을 누비며 피치에 모든 것을 쏟아내는 선수의 곁에서 함께 숨을 토하는 ‘팬’도 있다. 물론 그들 모두 축구 팬이다. 다만 당신은 어느 쪽을 택하겠는가?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안다. 그렇다면 오미크론이 지나가고 나서라도 당신이 사는 도시 가까운 K리그 구장에 한 번 찾아가 현장의 열기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 그곳이 멀지 않다. K리그는 전국 팔도 21개 도시에서 거의 매주 열리고 있으니까.


서효인 시인·문학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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