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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접전 끝 이긴 尹 당선인, 협치·통합은 국민 명령

입력
2022.03.10 04:30
수정
2022.03.10 04:30


정권교체론 강풍에 초유 0선 대통령
2030여성·중도층 외면 무겁게 봐야
오미크론·경제 위기에 약자 챙기고
한미정상 회담·북핵 철저히 준비를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윤석열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서초구 자택을 나서 서울 여의도 당 상황실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윤석열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서초구 자택을 나서 서울 여의도 당 상황실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유권자 77.1%가 투표한 20대 대통령선거에서 득표율 48.6%(10일 오전 4시 98% 개표 기준)로 당선이 확실시됐다. 47.8%를 득표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1%포인트 미만의 역대 최소 표차였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2.4%를 얻는 데 그쳤다. 윤 당선인은 "대한민국을 위해 하나가 되어야 한다. 헌법정신과 의회를 존중하겠다"고 당선 일성을 밝혔다.

선거기간 내내 우위였던 정권교체론에 힘입어 초유의 선출직 무경험 대통령이 탄생했으나 그를 지지한 유권자가 절반에도 못 미쳐 승리라 하기 무색하다. 후보 자질론에서 경쟁력이 떨어져 중도표를 흡수하지 못했고, 이대남 전술로 2030 여성들이 외면한 결과다. 그만큼 새 대통령이 될 윤 당선인의 짐은 무겁다. 압도적 승리를 안기지 않은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보수 지지자의 리더가 아닌 모든 국민의 대통령으로서 당장 급한 코로나19·경제 위기에 대응해야 하며 새로운 통합 정치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윤 당선인은 축포를 터뜨릴 여유가 없다. 우리나라는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의 정점에 진입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고유가·고물가·고환율의 쓰나미가 덮치고 있다.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를 최소화하면서 코로나 위기를 넘으려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정부의 방역조치를 흔들며 거리 두기 완화만 외쳐서는 안 된다. 의료시스템이 붕괴되지 않도록 거리 두기를 조절하고 백신과 치료제 공급,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여야 없이 합심해야 한다. 경제 위기에도 빈틈 없이 대처해야 한다. 미국의 러시아산 석유 금수 조치 예고로 이미 유가가 출렁이는데,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구조에서 3고 위기는 치명적이다. 코로나19 피해가 누적된 소상공인과 경제난의 파도가 직접 덮칠 취약계층에 정부가 구조·지원을 서둘러야 한다. 윤 당선인은 경제 문제에 대해 “정부 개입 없이 시장에 맡기겠다”는 말을 반복해 왔는데 지금의 위기는 그렇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권력이양기에 자칫 취약층 지원이 뒷전에 밀리지 않도록 당선인이 관심을 갖고 여야정이 손발을 맞춰야 한다.

시대정신 없이 네거티브·혐오 전술로 점철된 이번 대선은 국민 분열과 갈등, 혐오가 심각하게 악화하는 후유증을 남겼다. 윤 당선인이 책임을 통감하고 수습해야 한다. 정부 여당을 적으로 몰고 막말의 수위를 높여 지지층 결집 효과는 있었을 테지만 결국 윤 당선인에게 돌아오는 부메랑일 뿐이다. 국민 사이에 이토록 적대감과 불신이 높아서는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거나 역풍에 부닥쳐 취임 직후 6월 지방선거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여야가 서로 존중하고 국정 협의 상대로 여기는 규범을 회복하는 게 시급하다. 윤 당선인부터 “버르장머리” “패거리” 등 험한 말을 거두고 현 정권 수사 등 편가르기 정치를 할 생각을 버리기 바란다. 그래야 지지자들도 생각이 다르다고 적대시하거나 약자를 차별·혐오하지 않는 법이다. 특히 2030세대 여성 표심이 윤 후보를 외면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노골적인 젠더 갈라치기의 결과임을 자각하고 깊이 반성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혐오 대상으로 삼은 여성·노동자·장애인 등의 분노한 표심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평등과 통합의 원칙을 천명해야 한다.

북한은 대선 기간 동안 미사일 발사 등 도발 수위를 높여왔다. 미국과 굳건한 동맹, 중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며 북핵 위기를 관리하는 것은 한국 대통령에게 주어진 어려운 임무다.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동맹 등 논란이 많았던 발언은 당선인 신분이라면 더욱 파장이 크다는 것을 유념하기 바란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5월 하순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지금부터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공약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윤 당선인은 수백조 원이 소요될 공약을 발표하면서 집행을 뒷받침할 예산추계 자료는 제출하지 않아 어떤 정책을 얼마나 실행할 수 있을지 가늠조차 어렵다. 복지 정책과 양립하기 어려운 감세 공약도 내놓았다. 방향을 일관되게 정리하고 중점 공약에 집중해야 한다. 여성가족부 폐지 등 여성 혐오를 부추긴 무리한 공약들을 합리화하고, 청와대 광화문 이전 같은 비현실적인 공약도 재고해야 한다. 공동정부를 구성키로 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조율할 필요도 있다.

정권교체의 열망으로 탄생한 윤 당선인은 나라를 바꿀 권한을 쥐었으며 적대와 분열의 정치를 종식시켜야 할 책임도 지게 됐다. 선거기간 막판에 움직인 부동층, 자신을 뽑지 않은 다수 유권자의 표심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국민통합정부, 미래와 통합의 정치로 나아가겠다고 한 약속을 잊지 말고 정치개혁을 실행하기를 기대한다. 자신과 배우자를 둘러싼 의혹, 중도층을 비롯한 국민의 불신, 여소야대, 경험 없는 정치 초보라는 어려운 조건을 스스로 헤쳐나가야 한다. 당선인이 먼저 낮은 자세를 취하는 것으로 첫 발을 내딛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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