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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도 잠시... 윤석열, 여소야대·검찰공화국 '숙제' 산더미

입력
2022.03.10 20: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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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속성 대권 도전기’의 성공을 자축할 시간도 없다. ‘이겼지만, 이기지 못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앞에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중요하고, 또 어려운 과제가 켜켜이 쌓여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민생경제 회복, 미중 패권 경쟁, 위중한 한반도 정세…. 당면한 정책 과제를 일일이 손으로 꼽기도 벅차다.

정국 현안만 놓고 보면 국정동력 자체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0선’의 초보 정치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①172석을 가진 거대 야당을 상대해야 한다. ‘여소야대(與小野大)’ 구도를 극복하지 못하고, 협치에 실패할 경우 임기 초반부터 무기력만 노출할 수 있다. 연장선에서 ②대선후보 시절 ‘검찰공화국’에 대한 우려는 이제 본격적인 견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정치에서 되풀이되는 정치보복 논란이 ‘일하는 국회’를 가로막는 근원인 탓이다. 대선 출마의 근거가 된 ③’공정’의 가치를 어떻게 구현할지도 국민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① 0선 대통령이 맞닥뜨린 '여소야대' 난제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제393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제393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윤 당선인은 두 달 뒤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힘 센 야권과 만난다. 172석의 더불어민주당뿐 아니라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등 진보성향 정당(2석). 민주당 성향 무소속 의원(6석), 정의당(6석)을 합쳐 야당 의석만 어림잡아 186석이다.

네거티브 공방이 지배한 대선 과정을 돌이켜 보면, 여간해선 협치가 쉽지 않다. 불안한 앞날은 표심으로 확인됐다. 윤 당선인은 50%에 육박했던 정권교체 민심을 흡수하지 못해 민주당에 강경 대응만 고수하다간 국정동력을 아예 상실할 수도 있다. 고도의 통치술이 필요하다는 얘긴데, 의정 경험이 전무한 그가 낯선 정당정치 문화에 어떻게 적응하느냐가 관건이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0일 “먼저 야당을 예우하겠다는 제스처를 보인 후 대선에서 확인된 정권교체 민의를 활용해 민주당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②검찰공화국 의심 털어내야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 회원들이 지난달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여성 혐오와 차별을 멈출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 회원들이 지난달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여성 혐오와 차별을 멈출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정권의 이념지형이 바뀔 때마다, 아니 재창출을 했어도 정치보복 논란은 늘 있어 왔다. 하물며 윤 당선인은 보복의 칼자루를 쥔 검찰총장까지 지냈다. 그가 대통령이 되면 검찰공화국을 만들 것이란 걱정, 그래서 더욱 철두철미하게 보복이 이뤄질 것이란 의심이 싹틀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모든 정부가 임기 초반엔 청와대 권력과 검찰의 유착관계를 끊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국민의 판단은 냉정했다. ‘적폐 청산’을 내걸고 집권한 문재인 정부도 검찰 인사권을 무기로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심지어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직접 적폐 청산을 입에 올린 적이 있다. 과거의 잘못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취지였으나, 대통령이 주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청와대가 수사를 국정기조로 삼는 데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무너지는 신호가 감지된다. 임기 내내 최고 권력이 수사에 절대 관여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③ 윤석열표 '공정'은 어떻게 다를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2일 충남 홍성군 내포신도시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홍성=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2일 충남 홍성군 내포신도시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홍성=뉴시스

윤 당선인이 금과옥조로 삼는 원칙은 ‘공정’이다. 지난해 6월 정치선언 일성에서부터 대통령 당선 소감까지, 그가 줄곧 견지한 정치의 이유는 “공정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반면교사는 문재인 정부다. 현 정부에서 민심이 멀어진 까닭을 들여다 보면 불공정과 내로남불 논란, 그 중심엔 ‘인사’가 있다. 고위공직자 인선 과정에서 야당의 반대에 부닥쳐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이 무산됐는데도, 현 정부가 임명을 강행한 비율은 30.6%나 된다. 박근혜 정부(14.9%), 이명박 정부(23%)보다 훨씬 높다. 이 때문에 차기 정부의 조각 작업은 윤 당선인의 1차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④ 기본은 민생

협치든, 국민통합이든 궁극적 목적은 민생 이슈를 해결해 국민을 잘 살게 하기 위함이다. 이미 답은 나와 있다. 자영업자ㆍ소상공인 손실보상 등 코로나19 후유증 극복, 청년 일자리 확보, 부동산시장 안정 등이 국민이 새 대통령에게 내준 숙제다.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한반도 안보 상황 역시 당장 챙길 사안이다. 윤 당선인은 남북대화에 치중한 문재인 정부를 거세게 비판해온 만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핵실험 재개 등 고강도 도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북한을 막아낼 수 있는 실질적 수단을 가급적 빨리 내보여야 한다.

선거 막판 윤 당선인의 손을 잡아 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동거’ 문제도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 두 사람은 ‘공동정부’라는 큰 틀의 목표를 매개로 의기투합했을 뿐, 아무런 세부 합의도 하지 않았다. 자칫 공동정부 구상을 두고 지분다툼 등 파열음이 날 경우 야당의 견제에, 집안싸움까지 더해져 새 정부의 연착륙은 더욱 멀어질 수 있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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