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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고한 '정권심판'의 벽... 이재명의 '실용'만으론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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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은 과거를 심판하는 회고적 선거가 아니다. 미래를 경쟁하는 전망적 선거다."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선거운동 기간 이재명 대선후보의 '신승'을 전망하면서 자주 꺼냈던 말이다. 정권심판 여론이 과반인 불리한 선거구도 극복을 위해 성남시장·경기지사를 역임한 이 후보의 '유능한 경제·민생 대통령' 이미지를 앞세우겠다는 전략이 반영돼 있었다.
민주당의 기대와 달리, 결국 이번 대선은 '문재인 정부 5년'에 대한 심판으로 종결됐다. 집값 폭등과 내로남불 정치 등 정부·여당의 실정과 오만을 심판하고자 했던 민심의 분노가 그만큼 강했다는 뜻이다. 부동산 정책 등에서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했고 이념보다 경제·민생에 집중하는 실용주의를 앞세웠으나 강고한 심판 여론을 뛰어넘는 데 역부족이었다.
정권심판의 최대 동력은 '부동산 민심'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6억 원대였던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최근 10억 원을 넘어섰다. 청년 세대는 부동산 막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영끌'로 주택시장에 뛰어들었고, 이마저 선택하기 힘든 청년들은 주식·가상화폐 시장으로 달려가거나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을 외치며 체념했다.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종합부동산세 인상, 양도소득세 중과 등 세금을 통한 수요 억제에 집중하자, 유주택자들도 "내 집 한 채 갖고 있는 것이 죄냐"며 반발했다. 이 후보는 전국 311만 가구 공급과 부동산 감세(減稅)를 약속하며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뒤집고 나섰으나 5년간 쌓여온 민심의 불만을 잠재울 수 없었다.
진영 논리에만 기댄 정치는 불타오르는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되는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적폐 청산'이란 명분 하에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이분법적 정치가 동원됐다. 소득주도성장, 부동산, 탈원전, 검찰 개혁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정책을 세밀하게 추진하기 보다는 한쪽 편에 서서 밀어붙였다. '적폐' '수구' '기득권'으로 내몰린 반대세력의 반발만 키웠다. 2020년 총선에서 180석을 확보하며 거대 여당이 된 민주당이 임대차 3법, 공수처법 등을 강행 처리한 과정에서도 독선의 정치가 작동했다.
자기 진영에 한없이 관대한 '내로남불'도 민심 이반을 재촉했다. 조국 사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 윤미향 의원의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유용 의혹 등이 터질 때마다 무조건적인 '내 편 감싸기'에 나섰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씨에 대한 유죄 확정 후 사법개혁 목소리가 나왔고, 검찰의 월성 원전 1호기 수사가 시작되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추진됐다. 지난해 4·7 재·보궐선거 참패는 민심의 마지막 경고였지만, 민주당의 폭주는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 시도로 이어졌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재보선 이후 민주당이 해체 수준으로 바뀌었어야 하는데 강성 친문재인계 중심의 구조가 유지됐다"며 "이런 가운데 선거 막판 '국민통합'을 강조하면 누가 믿겠나"고 말했다.
민주당이 변방의 이 후보를 선출한 것은 이러한 정권교체 여론을 의식한 측면이 컸다. 이 후보가 '이재명의 민주당'을 강조하며 환골탈태를 선언한 배경이었다. 현 정부의 탈원전 대신 감(減)원전을 약속했고, 부동산 정책 기조를 뒤집으며 정책적 차별화에 주력했다.
다만 문 대통령과 직접 각을 세우는 정치적 차별화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당의 비주류 후보가 국정 지지율이 40%에 달하는 문 대통령을 딛고 나서기는 쉽지 않았다. 한 표가 아쉬운 초박빙 선거에서 당내 친문 지지층의 비토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현 정부 적폐 수사' 발언에 문 대통령이 격노한 것을 계기로 여권이 총결집하면서 문 대통령 지킴이를 자처했다.
이 후보가 내세운 '유능한 경제 대통령' 전략이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전환적 공정 성장'이란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네거티브 공방에 가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거시적인 정책보다 △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임플란트 건보 확대 △ 청년·노인·문화예술인 기본소득 등 특정 세대·계층을 겨냥한 매표성 공약이 오히려 눈길을 끌면서 '포퓰리스트' 이미지가 강화됐다. 또 지난달 TV토론에서 "원화가 기축통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채를 더 발행해도 괜찮다" 등의 발언도 발목을 잡았다. 여권에서도 "민주당은 윤 후보를 겨냥해 '국정 비전이 없다'고 비판했지만, 이 후보하면 떠오르는 미래 비전이 없기는 마찬가지"라며 "선거 기간 '이재명표' 어젠다로 떠오르는 게 탈모치료제 외엔 없을 정도"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 후보의 도덕성 논란은 외연 확장을 가로막은 가장 큰 족쇄였다. 당 대선후보 경선부터 따라다닌 대장동 의혹과 선거 막판 배우자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등은 스스로 강조했던 '유능한 행정가' 이미지를 훼손하는 데 결정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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