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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앞지른 오미크론 확산세에 병원 '휘청'... 의료 공백 오나

입력
2022.03.09 17:4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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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확진자 34만 ... 이미 정점 도달
"3월말 최대 40만 명 나온다" 예상도
코로나 확산세에 의료진 감염도 비상

8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구급대원들과 의료진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뉴스1

8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구급대원들과 의료진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뉴스1

"근무 중 확진됐다는 문자를 받았지만, 근무 시간을 다 채우고서야 퇴근할 수 있었어요. 확진된 간호사들이 늘면서 인력이 부족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죠."

지방의 한 종합병원 간호사 A씨는 확진 통보를 받은 당일 날, 그날도 하루 종일 병원에서 근무한 후 퇴근했다. 확진 통보가 오기 전에도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는 몸 상태로 미뤄 확진임을 예감했다. 하지만 중간에 그만 쉬겠다고 말할 수 없었다. A씨는 "몸은 힘들지만 남은 동료들의 고생이 뻔히 보여 쉬겠다는 말을 할 수가 없다"며 "확진으로 격리된 간호사들도 격리 기간 이전에 출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35만 명 선으로 치솟았다. 급속한 확산세에 의료진 또한 예외는 아니다. 증세가 약하다 한들 격리는 피할 수 없다. 병동이 폐쇄되는 병원, 외래진료와 수술이 중단되는 병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의료진 수가 적고, 돌봄 등 외부 인력이 드나들어야 해서 특히나 감염에 취약한 요양병원이 위기에 몰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점 35만 명선, 이미 도달 ... "확진자 규모 40만 명 넘을 수도"

9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4만2,446명을 기록했다. 역대 최다이기도 하거니와, 전날에 비해 하룻밤 새 14만 명이나 늘어났다. 이런 폭증은 방역당국의 예상을 앞지른다. 앞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대선 투표일인 이날 확진자 규모를 23만여 명으로 예상한 바 있다. '3월 중순 하루 35만여 명'을 정점으로 꼽았던 다른 예상들에 비해서도 훨씬 빠르다.

전문가 사이에선 현재 규모가 정점이라는 분석과, 아직 멀었다는 의견이 공존한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날부터 2주간 유행의 최정점을 지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 확진자 규모가 2주 정도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는 예상이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월 중순이 정점일지도 확실치 않으며, 확진자 규모도 40만 명대까지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9일 부산진구 송상현광장에 설치된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채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부산=뉴시스

9일 부산진구 송상현광장에 설치된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채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부산=뉴시스


외래진료·수술 연기 속출… 정부는 "병원이 알아서 대응"

확진자 폭증 사태를 감당해내야 할 병원은 의사, 간호사의 감염으로 또 한번 휘청대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매일 병원 직원 중 10여 명이 확진되고 있다"며 "의료진 확진으로 수술이 연기되거나 일반 병동은 물론 응급실도 제대로 환자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대형병원들은 이미 의료인력 감염으로 인해 병동을 폐쇄한 곳도 있다. 정부도 이를 알지만, 결국 병원이 알아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의료진 확진자가 많은 병원은 한꺼번에 여러 병동을 닫아야 되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전체적인 동향은 살피고 있지만, 문제가 생겼을 땐 각 병원이 업무연속성계획(BCP)에 따라 대응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고대 구로병원 등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은 물론 부산대병원, 전북대병원, 충남대병원 등 지방 대학 병원들도 BCP에 따라 확진 의료진의 격리기간을 5일로 줄였다.

집단감염 급증하는 요양병원… "의료 공백 시간 문제"

특히 문제가 심각한 곳은 요양병원이다. 일반 병원에 비해 의료진이 적은 데다, 감염취약시설로 분류되어 있다 보니 확진 의료진의 격리기간도 탄력적으로 줄이기 어렵다. 여기다 간병인과 보호자의 왕래가 잦아 감염에 노출될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요양병원·시설의 집단감염은 지난 2월 한 달간 436건 1만9,149명이 발생했다. 지난 1월에 비해 5.6배나 늘었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생각하는 것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며 "의료진 확진으로 인력 공백이 생기면서 남아 있는 간호사 1명이 2, 3명 몫을 떠맡아 일하는데 이들 역시 언제 확진될지 몰라 의료 공백 걱정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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