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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날 확진자들 나오는데 괜찮을까... 방역당국 "전파 규모 일부 커질 수 있어"

입력
2022.03.08 18: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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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자들 "확진자와 같이 투표 불안"
말하지 말고, 장갑 끼고, 투표 후 손 씻으면
정부 "우려할 수준까지 확산하진 않을 것"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8일 부산 남구청 대강당에 마련된 대연6동 제1투표소에서 선거사무원들이 기표소를 설치하고 있다. 부산=뉴시스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8일 부산 남구청 대강당에 마련된 대연6동 제1투표소에서 선거사무원들이 기표소를 설치하고 있다. 부산=뉴시스

최근 미국에서 입국한 A씨는 입국 1일 차 PCR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 일주일간 자가격리 중이다. 격리가 끝나기 전 선거일이 있어서 일반 유권자가 아닌 격리자로서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A씨는 "음성이 나왔는데도 확진자들과 같이 투표해야 한다니 솔직히 불안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투표권 행사는 확진자를 포함해 누구나 행사할 수 있는 권리지만,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의 외출이 허용되면서 방역 측면에선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해외입국자를 비롯한 격리자들 사이에서 확진자와 같은 시간대에 투표해야 한다는 데 대한 불안감이 적지 않다.

방역당국은 확진자와 일반 유권자는 물론, 확진자와 격리자도 공간을 분리하라고 안내했으나, 투표소마다 여건이 달라 잘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확진자들의 '일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방역당국 역시 감염 확산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이번 선거가 오미크론 유행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5시 50분 확진·격리자 수십만명 투표소로

8일 0시 기준 재택치료 대상자는 116만3,702명이며, 이 중 18세 이상은 88만 명 안팎이다. 방역당국은 이미 사전투표를 한 확진자나 격리자 수를 별도로 집계하지 않아 선거 당일 얼마나 많은 확진자, 격리자가 투표소에 몰릴지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수십만 명은 될 거란 예상이 많다.

행정의정 감시네트워크 중앙회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코로나19 확진자 사전투표 관리 부실 규탄 기자회견에 나와 손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행정의정 감시네트워크 중앙회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코로나19 확진자 사전투표 관리 부실 규탄 기자회견에 나와 손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확진자와 같은 시간대에 투표해야 하는 격리자들 사이에선 검사로는 음성이 나온 상태인데 혹시 투표소에 갔다가 되레 감염이 되는 건 아닌지 우려가 나온다. 확진자라도 투표 전 신원을 확인할 때는 사무원이 신분증의 사진과 얼굴을 대조하기 위해 마스크를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 유권자들도 걱정되긴 마찬가지다. 일부 '숨은 감염자'와 투표소 안에 함께 머물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일반 유권자인 B씨는 "얼굴을 확인해야 하는 절차는 이해하지만,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내려야 한다는 점에선 불안하다"고 했다. 확진자나 격리자들이 투표를 위해 외출이 허용된 시간 동안 투표소가 아닌 다른 장소에 다녀도 확인할 길이 없다는 점 역시 불안을 키우는 측면이 있다.

방역당국 "평소에도 감염 확률 0은 아냐"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서울 마포구 망원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서울 마포구 망원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당국도 선거일 확진자 외출 허용에 따라 유권자들이 감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거나 오미크론 전파 규모가 일부 커질 수 있는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박영준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유권자들이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현장 점검이 동반되면 확산이 우려할 만한 수준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당국에 따르면, 신원 확인을 위해 마스크를 내리고 있는 동안엔 말을 하지 않도록 안내된다. 또 투표하는 중엔 다시 마스크를 쓰기 때문에 확진자의 비말이 튈 일은 없다. 투표소 내부도 주기적으로 소독하고 환기한다. 정통령 방대본 총괄조정팀장은 "동선이 겹치더라도 비말이 튀지는 않고, 위험 요인은 확진자가 이용한 물건을 만지는 정도일 것"이라며 "비닐장갑을 끼고 투표하고, 투표 후 손을 씻는 식으로 주의하면 감염 확률은 낮다"고 말했다.

확진·격리자들이 투표소 이외 장소를 다니는 것도 큰 변수로 작용하진 않을 거라는 게 당국 예상이다. "평소에도 확진자가 검사나 치료를 위해 부득이하게 외출할 수 있고, 무증상 감염자도 존재하기 때문에 감염 확률이 항상 제로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정 팀장은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진·격리자는 9일 오후 5시 50분부터 외출이 허용되며, 오후 6시~7시 30분까지 투표소에 도착하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투표 후 격리 장소로 돌아가지 않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방역당국은 확진·격리자에게 투표 후 복귀할 것을 안내하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라고 지자체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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