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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도꺼도 살아나는 독한 불씨... 울진, 아직 큰불 못 잡았다

입력
2022.03.0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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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 지역 너무 넓어…진압해도 재발화
강풍 여전…울창한 산림에 안개도 생겨
경찰, 담뱃불 투척 의심 차량 번호 확보

울진·삼척산불이 계속되는 7일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일대에서 119 소방대원이 산불 진화를 위해 소방 호스를 끌고 있다. 연합

울진·삼척산불이 계속되는 7일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일대에서 119 소방대원이 산불 진화를 위해 소방 호스를 끌고 있다. 연합

경북 울진군에서 나흘째 이어진 대형 산불의 기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산림·소방당국이 가용 인력과 장비를 모두 투입해 진화에 나섰지만, 건조한 공기 속을 강풍이 이리저리 훑으면서 꺼졌던 불씨가 다시 피어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7일 울진 지역에서 산림·소방당국은 일출과 동시에 헬기 53대와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시작했다. 애초 산림청은 이날 해가 지기 전까지 불머리를 잡아 큰 불을 누그러뜨린다는 계획이었지만, 오후로 갈수록 화재 현장의 환경이 따라주지 않아 진화 작업은 난항을 거듭했다.

이날 울진 지역에서는 초속 10m 이상의 강풍이 사흘째 이어진데다, 설상가상으로 바람의 방향마저 시시각각 바뀌었다. 산불이 심각한 울진읍 내륙지역에서 남서풍이 불고, 울진 해안가에선 해풍인 남동풍이 불면서, 내륙 남서풍과 해안 남동풍이 결합하는 합류 지점에서 돌풍이 휘몰아친 것이다.

이처럼 내륙과 바다의 바람이 다르고 지역에 따라 방향이 수시로 바뀌자, 산림당국은 이날부터 관측용 기기를 내륙과 해양 두 곳에 설치해 감시하기로 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불의 방향을 좌우하는) 풍향뿐 아니라 풍속 역시 진화에 중요하다"며 "바람이 빠르면 불이 급격히 번지고, 바람이 약하면 연기가 고여 있어 헬기 작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울진 지역의 울창한 산림과 빽빽한 소나무도 진화 작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소나무는 수분이 적어 잘 타는데다 나무에서 분비되는 끈적끈적한 송진이 기름 역할을 하며 불꽃을 더 키우고 있다.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울진의 지형적 특성 때문에 연기가 밖으로 잘 빠지지 않는 것도 진화 작업이 어려워진 이유가 됐다. 7일 오전에는 안개까지 생겨 밤새 번진 불을 끄기 위해 날이 밝기만 기다렸던 헬기 조종사들이 시야 확보를 하기 힘들어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 4일간 계속된 진화 작업에 헬기 기장과 진화대원의 피로도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태헌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 차장은 "연기가 걷히는 대로 민가와 중요 보호시설을 중심으로 진화를 이어나갈 계획”이라며 "헬기 대원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안전사고 없이 신속하게 진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5시 현재 산불 피해 면적은 울진 지역에서만 1만6,913㏊에 이른 것으로 추정됐다. 주택 260채가 불에 타는 등 시설물 645곳이 피해를 입었다. 또 16개 마을 주민 540명이 울진읍 국민체육센터 등에 대피했다.

한편 경찰과 산림청은 이번 울진 산불이 담뱃불 투척 등 실화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화재 원인을 찾는데 힘을 모으고 있다. 화재 발화 지점의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경찰은 발화 시점에 현장을 지난 차량 4대의 번호를 확보, 관련 정보를 산림청에 통보했다.

울진= 김정혜 기자
울진= 류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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