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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도 중대재해 처벌 가능... 검찰 '600쪽 해설' 강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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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올해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할지를 두고 기업들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형사처벌 대상으로 '경영 책임자'를 콕 집어 법에 명시한 만큼, 검찰이 각종 중대재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업체 대표를 처벌 대상으로 삼을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13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600페이지 분량의 대검찰청 '중대재해처벌법 벌칙 해설'에는 검찰의 법 해석과 적용 방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해설서는 반년 이상 공공수사부와 형사부 등 중대재해 수사전문검사들이 머리를 맞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검찰은 중대재해법 적용을 통해 현장 노동자 또는 중간관리자에게만 형사처벌 책임을 지게 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종 책임자를 경영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옮기는 게 '합법적으로'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법 시행 초기 참고할 만한 판례가 없는 상황에서 입법 목적과 취지에 따른 강도 높은 형사처벌이 예고되고 있다.
검찰은 중대재해법 적용 여부를 가를 핵심 쟁점을 5단계로 설정해, 그 기준과 사례를 제시했다. △중대재해 결과 발생 확인 △사업장 및 사업 총괄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 의무 주체 확정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특정 및 위반 여부 확인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과 중대재해 결과 사이 인과관계 입증 △의무 위반 고의성 및 결과 예견가능성 입증을 통해 법 적용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특히 '경영 책임자 등' 문구의 해석과 관련해 "안전보건에 관한 인력·예산·조직 등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결정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각종 재해 사건에 있어 경영 책임자들이 법망을 피해나갈 수 있었던 근거였던 '경영 책임자는 (사고의) 구체적인 상황을 몰랐다'는 주장을 물리치기 위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에 있어 고의가 넓게 인정될 수 있다'고 해석한 것이다. 특히 하급자가 지시를 따르지 않아 발생한 재해도 경영 책임자의 '관리·감독 실패'가 동반됐다면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검찰은 중대재해법과 관련한 이 같은 해석을 과거 발생했던 실제 사건 분석을 통해 제시했다. 검찰은 2015년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질소 질식 사건'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검찰은 해당 사건을 중대재해법상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한다고 보고, 대표이사를 경영 책임자로 조사해야 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되기 전 수사에선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총괄책임자로 지목된 회사 임원들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처분을 받았고, 대표이사와 사장은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2014년 '세월호 참사'도 중대재해법을 적용했다면 수사 결과가 달라졌을 사건으로 꼽았다. 당시 선장 및 항해사들과 달리 세월호 운영 주체인 청해진해운은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만일 중대재해법이 적용됐다면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청해진해운 경영진에게도 얼마든지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특히 사회적 참사가 발생했을 때 법인 대표이사나 사장뿐만 아니라, 기업 조직의 실질적 의사 결정권자인 '회장님' 또한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재벌 총수가 중대재해법상 '경영 책임자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문제가 된 특정 업무 집행을 지시한 사실이 인정되면 공범으로 기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의 적극적인 법 해석을 두고, 법조계에선 '법과 시행령 자체에 불명확한 부분이 많은 상황에서 입법 취지를 최대한 고려한 결과물'이란 평가가 나온다. 대검 공안1·2과장 등을 지낸 이정회 법무법인 솔루스 변호사는 "검찰이 배제할 수 없는 가능성까지 포함해 원론적으로 풀어낸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고의'가 넓게 해석될 수 있는데 수사를 통해 얼마나 입증할 수 있을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검찰의 '적극적인' 법 적용을 막기 위해 수사 대상이 된 기업 경영진들의 적극적인 소명도 빈번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변호사는 "대표이사와 기업 고위 임원이 우선 피의자가 될 경우 이들이 책임을 벗어나기 위해 얼마나 충실히 노력했는지,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역으로 증명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검이 발간한 벌칙 해설서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은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해설서와 판단을 달리한 부분이다. 적용 대상 사업체를 가르는 상시근로자 규모와 관련해 고용부는 파견근로자까지 포함했지만 검찰은 제외했다. 사망 사고시 징역 1년 이상 벌금 10억 원 이하 등 처벌 수위가 높기 때문에 명문 규정 없이 파견근로자까지 포함한다는 고용부의 확대 해석은 타당하지 않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국내 법인의 해외사업장이 법 적용 대상이 되는지 여부를 두고도 고용부 기조와 달리, 검찰은 수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중소형 로펌 4곳과 한국안전문화진흥원이 함께 꾸린 중대재해 관련 SG컨소시엄의 이태승 법무법인 평산 변호사는 "파견근로자가 상시근로자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 의도적으로 직원들을 파견으로 돌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법은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고, 50인 미만 사업장도 2024년까지 유예기간을 줬다. 이 변호사는 "기준 인원이 왔다갔다하는 사업장에서 재해가 발생한다면 법 적용 대상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부와 검찰은 질병과 사망에 관한 해석에도 차이를 보였다. 고용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 명시된 24가지 직업성 질병 이외의 과로사나 출퇴근 재해 등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분류했다. 검찰은 그러나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에서 빠진 뇌심혈관계 질환을 거론하며 '과중한 업무나 급격한 업무환경 변화로 발병해 사망한 경우도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또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다가 출퇴근 재해가 발생했다면 이 역시 중대재해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검찰이 적극적으로 법을 해석한 흔적은 벌칙 해설서 곳곳에서 확인된다. 직장내 괴롭힘이 작업 수행이나 업무에 편승해 진행된 경우, 직무스트레스가 과도해 정상적인 인식 능력이 낮아진 상태에서 종사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 방화로 화재가 발생했더라도 화재경보기나 내·외장재 등 건물 결함으로 피해가 심화된 경우,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 또는 외국 국적 항공기 결함으로 사고가 난 경우도 중대재해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중대재해처벌법 전문가인 최정학 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법 조문의 '안전보건 관계 법령'을 고용부는 산업안전보건법으로 보고 있지만, 검찰은 근로기준법 등까지 포함해 해석하면서 중대한 시각 차이가 발생했다"며 "노동계에선 처벌 범위가 넓어져 긍정적으로 해석하겠지만 논란의 소지도 있다"고 분석했다.
산업재해 사건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도 "과로사와 출퇴근 재해는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에서도 해석에 따라 인정 여부가 갈린다"며 "중대재해법을 적용하고 싶어도 인과관계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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