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PCR 검사 안 받겠다"... 늘어나는 '샤이 오미크론'

입력
2022.03.07 18: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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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저소득층 등 취약계층
양성 나올까봐 PCR검사 꺼려
'사회적 격리' 막을 방법 찾아야

지난달 23일 서울 동대문구 동부병원 24시간상담센터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택치료 환자들과 전화 상담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3일 서울 동대문구 동부병원 24시간상담센터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택치료 환자들과 전화 상담을 하고 있다. 뉴스1

"차라리 검사 안 받고 음성인 채로 있는 게 나을 뻔했어요. 격리된 채 그냥 내버려진 저를 본 아내도 증상이 나타나니까 'PCR 검사 안 받겠다' 하더군요."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A씨는 코로나19에 확진됐다가 지난주 자가격리에서 풀려났다. 일주일간 안방에서 격리된 채 괜히 PCR검사를 받았나, 후회가 들었다. 아이에다 아내까지 이내 증상이 나타나자 당장 처방약을 받아 가져다 줄 사람이 없었다. PCR검사를 안 받으면 하다못해 감기약이라도 사다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 물론 검사는 받았지만, 온 가족이 격리 기간 동안 물수건 짜서 이마에 올리는 걸로 버티는 현실은 힘들었다.

오미크론 변이가 무섭게 번져나가면서 코로나19 검사를 피하는 이른바 '샤이 오미크론'이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안심해도 된다지만, 재택치료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전문가들은 샤이 오미크론은 늘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사각지대를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확산세 주춤? "3분의 1만 발견, 나머지 숨은 감염자"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1만716명 발생한 7일 오전 서울 송파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관계자에게 안내를 받고 있다. 뉴시스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1만716명 발생한 7일 오전 서울 송파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관계자에게 안내를 받고 있다. 뉴시스

질병관리청 방역대책본부는 7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21만716명이라고 밝혔다. 역대 최다인 4일 26만6,853명보다 5만6,000여 명 줄었다. 검사량이 줄어드는 주말 효과와 함께 확산세가 주춤해진 영향이란 게 방역당국의 설명이다.

한 주간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오는 수요일 확진자 증가 폭은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16일 확진자 수는 9만443명으로 한 주 전인 9일(4만9,567명)과 비교하면 82.5% 증가했다. 23일(17만1,452명)은 증가 폭이 89.6%로 상승했지만, 이달 2일(21만9,241명)은 전주보다 27.9% 뛰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 수치를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오미크론 대유행 이후 전체 감염자 중 3분의 1 정도만 찾아낸다는 분석이다. 숨은 감염자까지 계산하면 전체 감염자는 50만~60만 명 수준이 되리라는 추론까지 나온다. 몰라서, 혹은 알고도 지나치는 숨은 감염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검사 권해도 '감기약 먹고 말겠다'는 환자 늘어"

코로나19 대규모 유행으로 어린이 확진자 증가세를 보이는 6일 서울의 한 약국에서 관계자가 소아용 해열제와 감기약 등 소아 재택치료 키트를 진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대규모 유행으로 어린이 확진자 증가세를 보이는 6일 서울의 한 약국에서 관계자가 소아용 해열제와 감기약 등 소아 재택치료 키트를 진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동네 병의원 의료진도 체감할 정도다. 서울에서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운영하는 의사 B씨는 "감기에 걸렸다고 오는 환자 10명 중 3, 4명은 재택치료 환자 증세와 매우 비슷하다"며 "조심스럽게 검사를 권유하면 '자가검사키트는 음성이지 않느냐, 괜찮은 거 같으니 그냥 감기약을 먹겠다'고 해 걱정된다"고 전했다.

검사 기피를 택하는 건 양성 판정을 받아도 어차피 스스로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격리를 하면 딱히 도움을 받는 것도 어렵다. 그마나 동거인이나 이웃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면 낫다. 1인 가구나 저소득층 같은 취약계층 사람들은 고립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검사를 기피한다.

"음성 뜨면 이상 증세라도 고립" 취약계층의 하소연

서울 성북구의 1인 가구인 20대 C씨는 지난달 말 고열이 나자 겁이 났다. 함께 식사한 친구가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양성이라면 돌봐줄 사람이 없어 불안해졌다. 혹시 몰라 이마에 냉찜질 팩을 붙이고 인근 보건소로 향했다. 보건소 직원에게 친구 전화를 바꿔주며 사정했지만 '돌아가라'는 답만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병원에 들렀지만 수액만 놔줄 뿐이었다. C씨는 "자가검사키트에서 음성이 나오자 아무런 조치를 받을 수 없었다"며 "자포자기 심정으로 다시는 키트를 꺼내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치료를 놔 버리는 사각지대가 없는지 정부가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현 방역체계에서 취약계층은 감염 시 사회에서 고립되는 '사회적 격리'에 처할 수 있다"며 "이들이 의료 지원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사회복지 대응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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