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술도 NFT로 등장

입력
2022.03.07 16:21
수정
2022.03.07 16:24
구독

지난해 해외에서 유행한 주류 NFT, 문경 고급주 '고운달'을 대상으로 국내에 첫 선

우리 전통술이 대체불가토큰(NFT)으로 처음 등장한다. NFT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소유권을 디지털 인증서로 만든 것이다. 복제나 위변조가 불가능해 예술품이나 한정판 상품의 소유권을 증명하는 용도 등으로 사용된다.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는 신생기업(스타트업) 주크박스는 경북 문경의 오미나라 양조장과 손잡고 고급 전통주 '고운달'의 특별 한정판 '고운달 마스터블렌더스 에디션' NFT를 25~27일 판매한다고 7일 밝혔다. 양조 전문가 이종기 명인이 만드는 고운달은 오미자를 발효 숙성시킨 증류주로 500㎖ 한 병 가격이 36만원이다.

주크박스의 고운달 NFT는 총 2,000개가 발행되며 암호화폐 '클레이'로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은 개당 400~500클레이로, 약 50만~60만원에 해당한다.

고운달 NFT는 술 교환권이 아니다. 국내에서는 주세법상 제작 완료돼 가격 책정후 세금이 부과되지 않은 술을 제조단계에서 사전 판매하거나 할인 판매할 수 없다.

주크박스에서 이달 말 내놓는 경북 문경의 전통주 '고운달'의 한정판 NFT. 주크박스 제공

주크박스에서 이달 말 내놓는 경북 문경의 전통주 '고운달'의 한정판 NFT. 주크박스 제공

대신 고운달 NFT를 구입하면 술의 제조과정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문경 양조장을 방문해 명장의 설명을 들으며 제조 과정을 견학하거나 병 디자인 선정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또 술을 숙성시키는 통에 NFT 구입자들의 이름을 명패로 만들어 부착하고 백화점에 전시 판매하는 술병에도 이름이 각인된다.

이와 함께 주크박스는 NFT 구매자에 한해 50㎖ 미니어처 술과 잔, 안주 등을 담은 꾸러미를 사전에 전달하고 인터넷으로 모이는 온라인 시음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이동헌 주크박스 대표는 "술 제조부터 즐기는 단계까지 전 과정에 함께 참여하는 것이 이번 NFT 사업의 핵심"이라며 "제조업을 문화 콘텐츠와 커뮤니티로 바꿔 놓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NFT 판매는 사전 제작비를 확보하는 영화처럼 제조비용을 미리 조달할 수 있어 양조장에도 도움이 된다. 이 대표는 "NFT를 판매하면 양조장의 제조 비용 전액을 선지급 할 예정"이라며 "그동안 양조장들은 제조 비용조차 건지지 못할까봐 주조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런 우려를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지난해 위스키와 와인 등을 중심으로 술 NFT가 확산됐다. 해외는 우리나라와 달리 주세법 제약이 없어 술 교환증을 NFT로 발행할 수 있다. 이에 맥켈란, 글랜피딕 등 유명 위스키 회사들이 지난해 수십년 된 한정판 위스키를 소유할 수 있는 NFT를 발행했다. 또 미국 프로농구(NBA)에서 뛰었던 중국 농구선수 야오밍도 지난해 가족이 운영하는 와이너리에서 나오는 와인을 NFT로 만들어 판매했다.

이 대표는 고운달 외에 다른 전통주도 NFT로 발행할 계획이다. 그는 "강원 춘천에서 예술이라는 양조장을 운영하는 정회철 명인의 고급 전통주 '무작'을 NFT로 발행하기 위해 논의중"이라며 "변호사 출신 정 명인의 이야기와 양조 철학 등을 즐길 수 있는 한정판 NFT를 만들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