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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8기 모였는데 소방차는 단 2대? 화재취약점 노출한 원전

입력
2022.03.08 04:30
수정
2022.03.0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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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본부 "안전 문제 없다" 발표했지만
송전선로 불에 타 나흘째 절반만 출력
전문가들 "화재 시스템 강화 대책 세워야”

산림청 산불진화헬기들이 4일 경북 울진군 북면 부구리 한울원자력발전소로 불이 번지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 뉴스1

산림청 산불진화헬기들이 4일 경북 울진군 북면 부구리 한울원자력발전소로 불이 번지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 뉴스1

경북 울진군 산불에서 화염에 노출될 뻔했던 한울원자력발전소(한울원전)가 소방당국과 원전 측의 필사적 방어로 위기를 모면했지만, 송전선로 손상 등 실질적 피해가 발생하며 출력 감소 조치를 시행 중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8기의 원전을 보유하고도 자체 진화 장비가 소방차 2대에 불과할 정도로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화재 상황에서의 원전 안전성을 둘러싼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한울원전 출력 감소 운전 실시

7일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한울본부)에 따르면, 한울원전은 산불 발생 이후 원전 안전성 확보를 위한 출력 감소 운전을 실시하고 있다. 정비 중인 한울 6호기의 경우 외부 전원이 차단되면서 비상디젤발전기를 가동한 상태다.

원전 출력이 제한된 것은 아직 계속되는 화재로 송전 시설이 위협받고 있어서다. 원전 바로 앞 산불은 진화됐지만, 인근 지역은 아직 큰 불이 잡히지 않았다. 산불로 외부 송전선로 8개 중 2개가 차단됐고, 송전탑이 있는 주변 산에서도 강풍에 불씨가 되살아 나고 있다. 한울본부는 “송전계통에 안전이 확보돼야 정상 출력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일단 한울본부는 원전 안전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울본부는 “1호기부터 5호기까지는 원자로 정지 등 설비 손상 없이 안전한 상태”라며 "인명피해나 방사능 누출도 없었고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참에 대형 화재 대비 시스템 정비해야

하지만 "안전하다"는 말이 무색하게, 이번 산불 사태에서는 원전 측이 '대규모 산불'에 대응할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는 단서가 곳곳에서 드러났다. 국내 최대 규모 원전임에도 자체 소방대는 소방차 2대에 4조 3교대로 근무하는 25명이 전부였다. 원전 측은 산불이 확산되자 소방당국에 대용량포 방사시스템(초강력 살수 시설)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원전이 밀집한 동해안 지역 특성상 지진이나 지진해일(쓰나미)에 대한 대비만 강조됐을 뿐, 강풍을 동반한 산불에 원전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상황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셈이다.

인근 주민들 불안감도 크다. 한울원전 바로 옆 북면 신화리에 사는 한 주민은 “얼마나 위험하고 급박했으면 200㎞나 떨어진 울산에 대용량포를 보내달라 했겠느냐”며 “(울진의) 원전이 (울산의) 석유화학단지보다 위험한데도 방재시스템이 너무 허술하고 형편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산불을 계기로 화재 예방 시스템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 때도 송전탑이 망가져 원전 외부 전원이 차단돼 냉각시스템이 고장나면서 원자로가 폭발했다”며 “산불로 송전계통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석유화학단지 못지 않게 원전에도 인화성 물질을 저장하는 시설이 많다“며 “한수원도 문제가 없었다는 것만 강조할 게 아니라 화재 진압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대응 매뉴얼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울진=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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