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지도부 결심하면 날아 오른다"... 고강도 도발 여지 남기는 北

입력
2022.03.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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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 명목 '단계적' 도발... 정세 탐색 지속
북미대치 장기화 대비, '내부결속'도 병행

북한이 지난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평양=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지난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평양=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로 향하는 길을 닦고 있다. 7일엔 “최고지도부의 결심”만 있으면 언제든 고강도 무력시위에 나설 수 있다고 위협했다. 내부 단속도 조직 단위별로 잘게 쪼개 병행 중이다. ‘레드라인(금지선)’을 향해 차근차근 국가적 역량을 점검하는, 이른바 ‘살라미’ 전술로 대내외적 명분을 쌓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재일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칼럼에서 “최고지도부가 결심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우주 대공을 향해 날아오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행 주체는 북한이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두 차례 시험발사한 ‘정찰위성’을 가리킨다. 사실상 ICBM 전환이 가능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시사한 셈이다. 정찰위성을 쏘기 위해 필요한 장거리 미사일 기술과 ICBM 기술은 거의 같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 1월 8차 노동당 대회에서 군사정찰위성 개발을 공언한 데 이어, 올해 1월 정치국 회의에서 핵 개발과 ICBM발사 재개 등 모라토리엄(유예) 해제 의지를 내비쳤다.

주목할 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단’을 강조한 부분이다. 김 위원장이 명령을 내릴 경우 지금이라도 ICBM급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건데, 바꿔 말하면 지시가 있기 전까지는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 주변부만 맴돌며 정세 탐색을 지속할 것이라는 의미도 된다. 북한은 정찰위성 개발 명목으로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을 발사하면서 카메라 성능과 위성자료 송수신 능력 등을 시험했다. 이 때문에 당분간 위성 개발을 앞세워 단계적 군사행동을 이어가면서 국방 과업 ‘시간표’를 이행할 여지가 많다.

최근 북한 당국이 기층조직의 기강을 부쩍 다잡는 것도 북미대치 장기화에 대비해 도발 명분을 축적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북한 당국은 지난달 26~28일 진행된 초급당비서대회에 이어 6월 초 조선소년단 대회를 5년 만에 개최할 예정이다. ‘붉은색 넥타이’로 상징되는 소년단(만 7~13세)은 지난해에만 약 23만 명이 새로 가입했다. 세대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북한 주민 전체가 대미 항전에 총동원된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북미관계 경색이 길어지고 전략무기 개발 프로세스에 따른 국제적 압박이 지속되면서 내부 균열을 막기 위한 내구력 확충에 힘 쏟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로 북한 이슈가 뒷전이 된 상황 역시 북한의 살라미 도발 가능성을 부추기는 배경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7일(현지시간) 일단 비공개 회의를 소집해 북한의 연이은 MRBM 발사에 대한 대응책을 다시 논의하지만, 미국의 대외정책 우선순위에서는 밀린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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