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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전체가 콘크리트 숲이 되는 날까지

입력
2022.03.08 00:00
27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집을 많이 지어 공급을 늘릴수록 집값이 오른다니, 이는 경제학의 기본인 수요-공급 이론도 모르는 무식한 소리가 아닌가? 그러나 수요-공급 이론은 일정 조건들을 전제로 한다. 이런 전제들을 무시하고 모든 상황에 수요-공급 이론을 적용하는 것이야말로 경제학의 기본을 모르는 것이고 선무당이 사람 잡는 일이다.

역대 정부들은 신도시, 뉴타운 등 다양한 이름으로 끊임없이 수도권에 주택 공급을 확대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집값은 잡히기는커녕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물론 대규모 물량이 일시에 공급되거나 극심한 경기불황을 겪을 시기에 가격 상승세가 주춤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런 기간 다음에는 다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시기가 도래하는 일들이 반복됐다. 그 결과 강남 아파트 가격이 수십억 원대에 이르게 되었다.

그 많은 양의 주택을 공급하고도 수도권 집값을 잡지 못하는 이유는 수도권에 인구가 계속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되는 이유는 일자리, 교육, 문화생활 등의 기회가 더 많기 때문인데, 이런 기회들이 집중되는 이유는 다시 수도권에 인구가 몰려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렇게 사람들이 몰릴수록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게 되는 효과를 '네트워크 외부성'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은 전형적으로 네트워크 외부성에 의한 인구 쏠림현상이다.

수도권에 주택을 계속 공급하는 것은 쏠림현상에 원료를 공급하면서 덩치를 계속 키우는 효과를 갖는다. 수도권에 주택과 사람이 많아질수록 핵심 주거지역을 향한 구심력을 증대시켜 수도권 요지의 주택 가격 폭등을 견인하게 된다. 블랙홀이 주변의 물체들을 빨아들이면서 점점 더 강력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반적인 수요-공급 이론은 맞지 않는다. 대신에 수도권 쏠림을 억제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 된다. 그런데도 현재 주택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대응은 공급 정책 일색이다. 대통령 후보들은 여야 없이 서로 수도권에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공약 경쟁을 한다. 도심 공원도, 그린벨트도, 시민체육시설도 모조리 없애고 도로까지 지하화해서 그 자리에 초고층 아파트를 짓겠다고 한다. GTX 노선들을 연장해 서울의 생활권을 더 확장하겠다고도 한다.

물론 이런 물량공세는 일시적으로 주택가격 상승압력을 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더 많은 사람들을 수도권으로 불러 모으면서 결국 수도권 집중 문제를 더 크게 만들 것이다. 그야말로 언 발에 오줌 누기인 셈이다.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하려면 강력한 수도권 규제와 지방개발 정책을 견지해야 한다. 인구의 절반이 넘는 수도권 유권자들의 표를 잃을 것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처럼 모두가 공급확대만이 정답이라고 외치면서 문제의 본질에 대해서는 타조처럼 머리를 박고 외면한다면 주택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수도권 전체가 녹지 하나 없는 콘크리트 빌딩 숲으로 변하고 지방은 소멸할 때까지 계속될 수도 있다. 내일의 2보 전진을 위해 오늘 2보 후퇴를 감행할 수 있는 정치적 지도력이 절실한 시기이다.


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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