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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 하나에 대여섯명 다닥다닥... 전쟁통 같은 울진 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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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집이 다 타고 없어졌습니더.”
경북 울진군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대피소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처지를 한탄했다. 산불로 보금자리를 잃거나 화마를 피하려 대피한 사람만 전체 군민의 20%. 평온했던 동해안 도시 울진은 집을 잃은 피해주민과 집에 언제 돌아갈 지 기약할 수 없는 이재민들이 넘쳐나며 전쟁통을 방불케 하는 초유의 재난 상황을 맞고 있다.
6일 문 대통령이 울진읍 체육센터에 설치된 임시 대피소를 찾자, 80대 이재민은 “불도 빨리 잡고 잿더미가 된 집도 빨리 복구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신신당부를 거듭했다. 문 대통령이 주민들 손을 잡고 위로의 말을 건네자, 돌아갈 곳 없는 이재민들은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문 대통령이 화재 현장을 방문하고, 정부가 울진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지만, 이들이 언제쯤 보금자리를 되찾게 될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꺼지는가 싶던 불씨가 되살아나 삽시간에 확산되면서 울진 인구 4만7,000여 명의 5분의 1이 넘는 1만여 명(누적인원)이 대피소 등 다른 시설에 몸을 의탁한 것으로 추정된다. 울진읍과 근남면 등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 3곳은 수용 인원을 초과했고, 대피소마다 사람들이 넘쳐 북새통을 이뤘다.
화재가 단시간에 확산돼 한꺼번에 많은 주민들이 대피소로 몰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 등 '2차 재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3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전종두(57·울진군 북면 고목리)씨는 불타는 집에서 탈출하며 겨우 목숨을 건져 대피소에 머무르고 있다. 낯선 사람들로 빽빽한 체육관 한 구석에서 악전고투하던 전씨는 “대피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 텐트 하나에 대여섯 명이 붙어 잠을 잔다”고 말했다. 갈아 입을 옷도 없고 몸을 씻기도 어렵다고 했다. 그는 “살길이 막막해 잠도 오지 않지만 사람들 말소리에 밤에 안정을 취할 수가 없다”며 “체육센터에만 250명 넘게 모여 있다는데 바이러스 차단율이 떨어지는 덴탈마스크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피소 바깥 상황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벌써 주택 262채가 불에 탔고, 창고 90동, 식당 3곳, 비닐하우스 14곳이 피해를 입었다. 축사 13곳도 소실됐다.
불길은 사흘째인 6일 오전 바람이 잦아들고 헬기 51대가 투입되면서 잡히는 듯했지만, 이내 오후부터 북쪽에서 부는 강풍을 타고 다시 울진을 덮쳤다. 울진은 해발 400m 이상의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데다, 화재로 인한 연기까지 더해지면서 시계가 나빠져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불이 다시 울진읍 일부 마을로 확산되면서 금강송 군락이 있는 소광리 주민들도 긴장하고 있다. 소광리에는 금강송 160여 만 그루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금강송은 단단하고 곧게 자라 문화재 복원 목재로 쓰이는 재질이다. 2008년 국보 1호 숭례문이 탔을 때도 울진 금강소나무 166그루가 사용됐지만, 이번 화재로 군락지 500m 앞까지 산불이 접근하며 귀한 금강송들이 화마에 휩싸일 위험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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