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산불에 동물들도 날벼락...혼란 속 피해 마을에 남겨져

입력
2022.03.06 14:00
수정
2022.03.0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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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 단체들 대피 못한 동물들 구조 중
"목줄 풀어줬으나 두려움에 옴짝달싹 못해"
시민 합심하에 보호소 약 100마리는 대피
동물 위한 재난 매뉴얼 없다는 비판도 제기

경북 울진군 산불 피해 마을에 사람과 함께 대피하지 못한 동물들이 남아 있다. 동물권 단체들은 마을을 수색하며 남은 동물들을 구조하고 있다. 사진은 '라이프'가 6일 구조한 시츄 종 개. '라이프' 인스타그램 캡처

경북 울진군 산불 피해 마을에 사람과 함께 대피하지 못한 동물들이 남아 있다. 동물권 단체들은 마을을 수색하며 남은 동물들을 구조하고 있다. 사진은 '라이프'가 6일 구조한 시츄 종 개. '라이프' 인스타그램 캡처

경북 울진군에서 발생한 산불에 동물들에게도 날벼락이 떨어졌다. 혼비백산 대피하는 와중에 반려·농장동물들만 남겨지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기동물 보호소 동물 약 100마리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봉사자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화마를 피했다.

6일 각종 동물권 단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산불 피해 현황을 알리는 한편 마을에 남은 동물들을 구조하고 있다. '라이프'는 이날 오전 "피해를 입은 마을을 돌아다니다 추위에 떨고 있는 시츄 한 마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라이프는 누리꾼들에게 구조가 필요한 또 다른 동물들의 위치를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동물권 단체 '케어'는 경북 울진군의 한 식용견 농장에서 산불로 8마리가 폐사하고 10마리가 심한 화상을 입었다고 6일 전했다. 케어 인스타그램 캡처

동물권 단체 '케어'는 경북 울진군의 한 식용견 농장에서 산불로 8마리가 폐사하고 10마리가 심한 화상을 입었다고 6일 전했다. 케어 인스타그램 캡처

4일부터 마을을 수색하던 '케어'는 주인이 목줄을 풀어줘 다치지 않고 살아남은 개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고 전했다. 목줄이 풀렸으나 두려움에 옴짝달싹 못하고 숨어 있던 개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식용견 농장에서 8마리가 폐사했고 10마리가 심한 상해를 입었으며, 민가 닭장 속 불에 타죽은 닭들이 발견됐다고 알렸다.


"보호소 동물 대피 매뉴얼 없고 지자체 협조 안 돼"

5일 '카라' 등 동물권 단체들과 시민들이 경북 울진군 유기동물 보호소 동물 약 100마리를 인근 동물병원으로 옮겼다. 카라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5일 '카라' 등 동물권 단체들과 시민들이 경북 울진군 유기동물 보호소 동물 약 100마리를 인근 동물병원으로 옮겼다. 카라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전날엔 시민들과 '카라' 등 동물권 단체의 도움으로 유기동물 보호소 동물들이 급히 인근 동물병원으로 대피했다. 보호소 자원봉사자들이 "산 하나를 두고 불이 옮겨붙었다"고 SNS에 도움을 요청하자 대구와 영덕 등 각지의 시민들이 울진으로 모였다.

보호소 자원봉사자 중 한 명은 SNS에 "재난 상황에 대처하는 매뉴얼이 없고, 지방자치단체 협조도 잘 되지 않아서 임시 거처를 정하기까지 너무 애를 먹었다"며 "다행히 한 동물병원에서 운영 중인 호텔 전체를 내주어 동물들이 따뜻한 밤을 보낼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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