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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 장소 카페? 식당?...과학적으론 '카페'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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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생명과학 이야기가 격주 화요일 <한국일보>에 찾아옵니다. ‘여행하는 과학쌤’이란 필명으로 활동 중인 이은경 고양일고 교사가 쉽고 재미있게 전해드립니다.
남녀가 처음 만나는 소개팅 장소로 식당과 카페 중 어디를 선호하는지는 사람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이들은 차만 한 잔 마실 때보다 음식을 함께 먹을 때 이야깃거리가 많아지고 어색함이 해소된다고 생각한다. 이와 정반대로 처음 본 사람과 밥을 먹는 것이 어색하다는 이유로 카페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예전의 필자는 고민의 여지도 없이 전자였으나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난 자리에서 음식이 잘 넘어가지 않는 경험을 한 이후 후자인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개인의 선호도와 별개로 과학적으로는 첫 만남에서 식사를 하지 않는 사람들의 입장을 지지할 수 있다. 맛있고 편안하게 밥을 먹는 것과 긴장감 넘치는 소개팅은 사실 공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로 다른 신경계가 활성화될 때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신경계에는 대뇌의 의지에 따라 신호를 전달하는 체성신경계와 대뇌의 명령과 관계없이 활성화되는 자율신경계가 있다. 예컨대 식탁 앞에 앉아 팔을 움직여 수저를 들어올리는 과정은 대뇌의 생각과 명령에 따라 일어난다. 반면 소화액이 분비되거나 위장을 움직이는 것은 내 의지대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팔근육에 연결된 신경은 체성신경계에 속하며 소화액을 분비하는 외분비샘이나 내장을 감싼 근육에 연결된 신경은 자율신경계에 속한다.
자율신경계는 다시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로 나뉘는데 상황에 따라 어떤 신경계로 신호를 전달할지가 달라진다. 편안하고 안정적일 때는 주로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고, 긴장되거나 다급한 상황에선 주로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된다. 이를 조절하는 중추는 대뇌가 아니라 척수나 연수이므로 내 의지대로 명령을 내릴 수 없다.
편안하게 밥을 먹을 때는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돼 휴식과 소화에 적합한 신체 반응이 진행된다. 부교감신경계 중 소화기관에 연결된 신경세포는 소화액의 분비를 촉진하고 위장의 운동을 자극하는 역할을 하고, 심장에 연결된 신경세포는 심장 박동을 감소시킨다. 반면 소개팅과 같이 긴장되는 상황에서는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돼 각성된 신체 반응을 유발한다. 교감신경계 중 소화기관에 연결된 신경세포는 위장 운동과 소화액 분비를 억제하고, 심장에 연결된 신경세포는 심장 박동이 빨라지도록 만드는 식이다.
이렇게 두 신경계가 정반대의 반응을 보이는 것은 신경세포에서 분비되는 물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근육이나 분비샘 세포와 접해 있는 교감신경계의 신경세포에서는 노르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동공이 커지고 호흡이 가빠지며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소화가 억제되는 것은 모두 노르아드레날린이 표적기관에 작용한 결과이다. 부교감신경계의 신경세포에서는 아세틸콜린이라는 물질이 분비되어 교감신경계의 작용과는 다른 반응을 나타낸다.
마음에 드는 이성과 만났을 때 신체를 각성시키는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기 때문에 소화작용이 저해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소개팅 자리에서 나도 모르게 동공이 커지고 편안하게 음식을 먹지 못하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핑크빛 미래를 꿈꾸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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