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어이없는 젤렌스키 무능론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시시각각 전해지는 우크라이나 전황은 가슴을 졸이게 만든다. 세계 2위 군사대국의 공격을 열흘 이상 감당해내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저항이 기적 같기만 하다. 특히 해외도피를 돕겠다는 미국의 제안을 거절하고 ‘조국을 지키겠다’며 항전의지를 불태우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해서는 전 세계적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국제연대에 힘입어 우크라이나는 적어도 선전전에서는 러시아를 압도하고 있다.
□ 그런데도 우리 정치권 일각에서는 젤렌스키 책임론을 거론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초보 정치인이 나토 가입을 공언하고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결국 충돌했다”고 발언한 이후 “(젤렌스키가) 무능한 것은 사실”(우상호 민주당 의원) “멍청한 대통령 때문에 국민이 피해”(황교익 칼럼니스트) 등의 황당한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나토의 동진에 맞선 푸틴의 자구책’이라는 식으로 러시아를 편드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 전쟁의 원인을 엄혹한 국제정치 질서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몰라도 러시아의 패권적 침략전쟁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냉전의 틈바구니에 끼인 우크라이나가 분별도 없이 러시아를 자극해서 전쟁을 자초했다는 주장은 궤변에 불과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토 가입을 추진하면서도 동부 반군 지역의 특별자치권을 인정하는 등 전쟁을 피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젤렌스키를 신나치라고 비난하는 푸틴 자신이야말로 시대착오적 나치주의자라는 원성이 높다.
□ 정치권에서 젤렌스키 무능론이 나온 배경을 모르는 바 아니다. 초보 정치인 윤석열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민주당 측이 젤렌스키를 무리하게 소환한 것인데, 아무리 선거 상황이 급하다고 해도 전쟁 피해 국가의 지도자를 끌어들일 일은 아니었다. 강대국 패권에 맞서 결사항전 의지를 불태우는 젤렌스키를 응원하지는 못할망정 무능한 지도자로 폄하하는 것은 인류애적 도리가 아니다. 전쟁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돕겠다는 각계의 성금과 심지어 러시아 침략군에 맞서 싸울 의용군 지원을 문의하는 발길이 부끄럽지 않은가.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