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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 한달 만에 신부 가출… 대법 "혼인 무효 사유 안돼"

입력
2022.03.06 11:1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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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응으로 단기간 마음 바꿀 수 있어"
남편 제기한 소송서 1·2심 판단 뒤집어

대법원 청사. 연합뉴스

대법원 청사. 연합뉴스

외국인 배우자가 결혼 한 달 만에 가출했다는 이유만으로 혼인을 무효로 볼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40대 A씨가 베트남 국적 여성인 배우자 B씨를 상대로 낸 혼인무효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B씨가 대한민국에 입국한 다음 단기간 내에 집을 나갔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혼인 합의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B씨가 처음부터 A씨와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A씨는 국제결혼 주선업체를 통해 20대 후반 B씨를 만났다. 두 사람은 2017년 6월 혼인신고를 했고, B씨는 같은 해 11월 입국해 A씨와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 B씨는 입국 직후부터 A씨의 부모, 형과 함께 살며 집안일을 도맡았고, 이 과정에서 생활비 문제로 A씨와 갈등이 불거졌다. 입국 한 달 뒤 외국인등록증을 받은 B씨는 여권 등을 챙겨 집을 나갔고 A씨와의 연락도 끊었다. 이에 A씨는 혼인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두 사람의 혼인은 무효라며 원고인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B씨가 가정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A씨와 성관계를 한 차례도 하지 않은 점, 국제결혼 신상확인서에 직업 등을 허위로 기재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B씨는 법정에서 "A씨가 경제적·심리적 어려움을 주지 않고 행복한 삶을 살게 해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결혼을 결심했던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항소심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언어 장벽이나 문화적 부적응, 결혼 결심 당시 기대했던 한국 생활과 실제 현실 사이의 괴리감 등으로 혼인 관계 지속을 포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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