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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사태 물가 초비상, 전시행정 아닌 서민대책 절실

입력
2022.03.05 04:30
23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2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3.7% 올랐다. 3%대 물가 상승률이 다섯 달째 이어진 건 10년 만이다. 석유류는 20%나 급등했고, 외식 물가도 13년여 만에 가장 큰 오름폭(6.2%)을 기록했다.

서민들은 허리가 휠 지경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가계의 전체 소비 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인 엥겔계수는 21년 만에 최고치(12.8%)로 치솟았다. 소득이 늘고 선진국이 되면 떨어져야 할 지수가 오히려 높아졌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처음으로 3만5,000달러를 넘었다는 발표를 대다수 국민은 전혀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다.

문제는 앞으로도 물가가 잡힐 기미는 안 보인다는 데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이 반영될 3월 물가는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국제유가는 이미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했다.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까지 더해질 경우 역대 최고가인 147달러를 넘어 185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밀은 한 달 새 60%나 올랐고 쌀과 원자재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은 전쟁통에 더 심해질 게 뻔하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4일 홍남기 부총리는 5년 만에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유류세 20% 인하 조치를 3개월 연장하고 인하 폭을 확대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인하와 수입선 다변화, 공공요금 동결, 담합 조사 등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물가안정책이라며 내놓은 ‘배달비공시제’는 첫날부터 부정확한 정보를 올렸다가 뒤늦게 정정하는 등 혼란만 키워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보여주기 위한 전시(展示) 행정이 아니라 실제로 서민과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될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대선과 정권 교체기에 휩쓸리지 말고 사실상 전시(戰時)란 각오와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 비상 대책으로 민생을 최우선으로 챙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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