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미뤘던 중동 출장을 큰 맘 먹고 다녀왔다. 현지에서 코로나에 걸리면 제때 못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조심조심 돌아다녔다. 쉽지 않은 출장이었지만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며 변화하고 있는 중동 국가의 실상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저명한 정치 평론가 압둘칼레끄 압둘라(Abdulkhaleq Abdulla) 교수와 만나 유익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1953년생으로 UAE대학 정치학과에서 은퇴한 압둘라 교수는 무함마드 빈 자이드 왕세제의 자문으로 활동했다. 그만큼 정계와 대중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빅 마우스'이다. 그의 언급은 알 자지라, 알 아라비야, CNN 등 중동과 서방의 주요 언론에서 언제나 중요한 소스로 다루어지고 있다. 대화하는 동안 내공이 느껴지는 분석을 듣다보니 시간가는 줄 몰랐다. 다행히 압둘라 교수도 필자와 만남을 흡족히 여겨 한국 학자와 유익한 대화를 나누었다는 아랍어 트윗을 올려 주었다.
압둘라 교수에게 물어본 여러 가지 질문 중 하나는 UAE의 파격적 외교 행보에 관한 것이었다. 중동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UAE는 '작은 스파르타'(Little Sparta)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최근 중동지역의 다양한 이슈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중동의 스파르타란 별명은 제임스 매티스 전 미국 국방장관이 중부군 사령관 시절 UAE의 군사적 팽창 가속화를 보고 붙여준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아부다비 정부는 지금까지 코소보, 아프가니스탄, 쿠웨이트, 소말리아, 레바논, 바레인, 예멘, 리비아 등 중동은 물론 '아프리카의 뿔'(아프리카 대륙에서 뿔처럼 튀어나온 대륙 북동부지역 국가들)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여기에 2020년 아브라함 협정 체결 이후 이스라엘과의 협력 범위를 군사안보 분야까지 넓혀가고 있다. 2021년 2월 오랜 앙숙인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쟁지 카슈미르를 두고 약 20년 만에 정전에 합의할 수 있었던 것도 UAE의 적극적 중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근에는 중동 어느 국가도 선뜻 나서지 않는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아랍 연맹 복귀에 총대를 메고 있는 모양새이다. 2021년 11월 압둘라 빈 자이드 UAE 외무장관의 다마스쿠스 방문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은 이유이다.
그렇다면, UAE의 이러한 적극적 외교노선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걸까. 압둘라 교수는 자신감(confidence), 우려(concern), 협력(cooperation), 왕세제(crown prince)라는 4C로부터 나온다고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다. 첫째, 두바이 성공 신화를 써가고 있는 UAE는 유례없는 국가적 자신감에 차 있으므로 지역 문제에 대한 개입을 주저하지 않는다. 둘째, 이슬람 급진주의 세력 등 다양한 내부적 위협과 주변 국가의 안보 불안정성이 자국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UAE는 역내 문제에 대한 개입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셋째, 1971년 건국 이래 불안정한 중동지역에서 생존을 도모해 온 아부다비 정부로서는 역내외의 여러 국가와 협력 관계를 추구해 왔는데, 이러한 협력을 유지하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활발한 개입에 나서고 있다. 마지막으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왕세제로의 새로운 리더십 교체는 지역 문제에 대한 적극적 개입을 선호하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압둘라 교수가 말한 4C를 곱씹어 보면 아랍에미리트가 중동의 스파르타라 불리는 이유를 한결 이해하기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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