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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은 닫혀도 국제 학교교류는 멈추지 않는다

입력
2022.03.07 04:30
수정
2022.03.07 09:57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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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상황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지구촌 곳곳은 여전히 시시각각 대응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팬데믹의 공포 속에 국가는 국경을 걸어 잠그고 사회는 구성원들 간의 경계와 의심을 증폭시킨다. 또한 불안의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은 사람들로 하여금 혐오, 차별, 가짜뉴스에 더욱 쉽게 휘둘리도록 한다. 남혐, 여혐, 반이민자, 반난민 등을 화두로 혐오 커뮤니티가 온라인상에서 활개치고 인류 화합의 장인 올림픽마저도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쿠베르탱이 봤다면 기겁할 반목과 손가락질로 얼룩졌다. 팬데믹과 같은 초국경적 위기상황하에서 국가 간, 사회 구성원 간 연대와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데도 현실은 오히려 이에 역행하는 정황들로 넘친다.

우리나라 교육계는 지난 2년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전례 없는 상황에 잘 대처하며 교육결손을 최소화했다. 그런데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된 지금, 학교는 단지 물리적인 수업방식의 변화에만 머무르지 말고 지구촌 상황에 대해 학생들을 이해시키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행동을 가르치는 장소가 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자라나는 세대가 혐오, 차별, 가짜뉴스의 볼모가 되지 않도록 성숙한 시민의식과 유연한 사고를 키우기 위한 교육의 방향성이 요구된다. 따라서 학교교육은 우리나라의 맥락에만 머물지 않고, 학생들이 세계시민으로서 국가와 경계를 넘어 지구촌을 생각하고, 공감하고, 연대하고, 행동하여 인류 공동의 도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변모할 필요가 있다. 이는 유네스코의 '더불어 사는 교육'과 '모두에게 존중을 가르치는 교육'의 핵심 가치를 포용하는 교육이다. 그 일환으로 학교에서 시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무엇보다 신나고 역동적인 수단으로 국제교육교류가 있다.

국제교육교류는 교육을 매개로 한 서로 다른 문화 간의 만남과 소통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대표적인 예로 팬데믹의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교류를 지속하고 있는 교육부와 아시아태평양국제이해교육원(APCEIU)의 '다문화가정 대상국가 교육교류 사업'을 들 수 있다. 10주년을 맞이한 이 사업은 본래 참여교사가 상대국 학교에 3~4개월 파견되는데, 작년부터 전면 온라인으로 전환, 국내외 교사들이 짝을 지어 함께 수업안을 마련하고 상대국 학생들에게 수업을 진행하며 자연스럽게 교류와 상호이해가 이루어진다. 온라인 교류가 단순히 방식의 전환을 넘어 차별화된 효과를 선보인 구체적인 사례다. 교육부는 이러한 사례를 통해 현장과 함께 포스트코로나 교류 방식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교육 현장의 노력만으로 국제교류를 시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이를 지원하는 효과적인 모델을 정립하고 공유해야 한다. 국제교육교류가 가장 요구되는 동시에 학교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지금, 교육부가 어떻게 교육청, 학교 현장과 협력하며 '세계로 열린 학교'를 꾸려갈지 기대해 본다.


박순용 연세대 교육학과 교수·한국국제이해교육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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