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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에서 차라리 '다크히어로'를 뽑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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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드라마는 '다크히어로' 열풍이었다. '빈센조', '모범택시', '괴물' 등이 대표적 이었다. 사실 다크히어로는 모순된 말이다. 이들 다크드라마 주인공은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영웅이 아니다. 드라마 '빈센조' 주인공은 마피아였고, '모범택시'의 주인공은 복수심에 불타오르는 마음이 상처로 문드러진 남자였으며, '괴물'의 주인공은 괴물을 잡기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되는 경찰들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약자를 돕는, 사회제도가 외면한 사회규범을 바로잡아 주는 인물들이었다. 배우 송중기를 좋아하는 나는, 지난해 한동안 드라마 '빈센조'에 빠져 그의 몸짓과 목소리를 흠모했다. 그의 직업이 마피아란 것도 상관없었다. 그가 악을 무찌른다는 명목하에 사람을 화형시키는 것도 문제 될 일이 하나 없었다. 그가 드라마에서 마피아가 된 것도 순전히 이탈리아로 입양보내진 탓이라 불쌍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면밀히 보자면, '빈센조'의 송중기는 현실이라면 결코 가까이할 수 없는 악당이다. 그의 고운 얼굴이 악당이란 치명적인 결함을 덮어버린 것이고, 약자들을 위한 행위가 그를 선하게 보이도록 한 것뿐이었다. 사실, 빈센조의 행위는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에서 출발했다. 그럼에도 빈센조는 무척이나 멋.졌.다. 어쨌거나 약자들의 곁에 조금 더 가까이 있기 때문에!
보통 드라마의 원형은 '영웅 서사'에 있다. 마피아 빈센조가 영웅으로 호명되어 그 주변 인물들과 악을 물리쳤던 것처럼, 영웅은 주변으로부터 영웅으로 일컬어지면서 스승과 조력자, 협력자들의 도움을 받아 적을 물리친다. 그리고 소명을 완수함으로써 사회적 신화를 생산해낸다.
이러한 영웅 서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출발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은 보통보다 나은 인간을 모방하는 것이며 희극은 보통보다 못한 인간을 모방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희랍시대의 주인공들을 고귀한 신분의 고상한 인간의 소유자로 규정했다. 따라서 우리가 추종해야 할 대상은 고귀한 신분의 고상한 인간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쩌다가 우리는 다크히어로에 열광하게 된 것일까? 고상하지도 않은 인물을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 대중은 진정한 영웅이 없다는 공공연한 비밀을 드디어 알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끝내 지키고 싶었던 보편적 가치를 우리가 저버렸음을 실토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보편적 선(善)을 버리고 상대적 선을 택했음을 말이다. 나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곧 선이 되는 그 쓸쓸함을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정의란 무엇인지를 다시 되물어야 했을 것이다.
곧 20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 모든 후보들이 정의를 되찾겠다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정의와 그들이 생각하는 정의가 같은지 자못 궁금하다. 다른 건 몰라도 한 발자국이라도 더 가까이 약자 곁에 있을 대통령을 뽑고 싶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도 '정치란 덜 나쁜 놈을 골라 뽑는 과정이다. 그놈이 그놈이라고 투표를 포기한다면 제일 나쁜 놈들이 다해먹는다'는 함석헌 선생의 말을 빌려서 학생들에게도 투표를 독려할 생각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다크히어로 드라마조차도 판타지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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