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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혐'을 선거 전략으로 내세운 초유의 대선 [3·8 세계 여성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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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8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희한한 게시물을 올렸다. 주요 대선후보 중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성평등' 공약만 '공란'으로 표시한 그래픽이었다. 한 언론사가 후보들에게 '성평등' 공약을 질의했는데, 윤 후보만 답변을 하지 않은 점을 '자랑'한 것이다. '여성혐오'에 기반해 일부 남성들의 표를 결집시키기 위한 제스처였다.
20대 대선은 '여혐'을 공식 선거전략으로 쓴 초유의 선거로 기록되고 있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가장 많이 차지한 제1야당의 대선후보와 당대표가 그 전면에 나섰다.
윤석열 후보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발언한 데 이어, 이에 대한 사과도 끝끝내 거부했다. 지난해 8월엔 "페미니즘의 정치적 악용이 남녀 간 건전한 교제도 막는다"고 발언한 바 있다. 또 지난달 윤 후보가 발표한 사법 분야 개혁공약 자료에는 "경찰관이 '오또케' 하면서 현장에서 범죄를 외면했다는 비난도 있다"라고 적혀 있다. '오또케'는 '남초' 커뮤니티에서 여성 경찰을 비하하며 쓰는 여혐 단어이다.
이준석 대표도 지난 1월 "20대 여성이 그들만의 어젠다를 형성하는 데 뒤처지고 있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 출연을 두고는 "복어 요리 자격 없는 분이 주변 꼬임에 복어알을 입에 넣는 과정"이라고 조롱했다. 페미니즘을 '독'에 비유했다.
국민의힘은 또 공식 선거광고에서 면접을 보는 남성이 여성 지원자를 원망하는 듯한 장면을 넣어, 여성 때문에 남성의 취업이 어렵다는 의도를 암시했다. 실제로는 여성들이 면접에서 불이익을 보는데도, 현실을 정반대로 왜곡한 것이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게임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하태경 의원은 “여가부는 반헌법적 기관” “페미니즘 자체가 반헌법적 이념”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당 일부에서 여혐 발언이 나왔다. 김경영 민주당 서울시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이를 품어 보지 못한 빈 가슴으로 약자를 품을 수 있을까"라며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임신・출산 경험이 없음을 겨냥했다. 아이가 없는 여성을 모욕하고, 그 성품까지 함부로 추정해서 싸잡아 비하한 것이다. 김 의원은 추후 사과했다. 한준호 민주당 의원도 "두 아이의 엄마 김혜경(이 후보 배우자) VS 토리(윤 후보 부부 반려견) 엄마 김건희"라고 비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기혼 여성은 아이가 있어야 정상’이라는 전제에서 나온 발언이자 여성의 정상성을 평가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정치인이 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여성혐오를 방패로 쓴 것이라고 해석한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사회 양극화·불평등은 정치 기득권이 적절한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 결과”라며 “그런데 이를 여성으로 인한 문제로 둔갑시켜, 사회 불안을 여성혐오로 분출하게끔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상임대표는 이어 "나치가 유대인 혐오를 만들어 국내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운 것과 비슷하다"고 비판했다.
이런 선거 방식이 실제 여성의 삶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권수현 대표는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 용인은 실제 폭력 용인으로 이어진다"며 "여성을 포함한 약자 집단은 점점 권리를 찾지 못하고 사회 밖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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