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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건배, 짠" 제의가 냉기 녹였다... 11시간의 밤샘 단일화 드라마

입력
2022.03.03 17:30
수정
2022.03.03 20:0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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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원 매형 집서 2시간 30분 회동 막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일 국회 소통관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일 국회 소통관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결국 신뢰의 문제인데, 어떻게 담보할 건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함께 성공한 정부를 만드는 게 안 후보 미래를 보장하는 것 아니겠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3일 0시쯤 서울 논현동의 한 빌라에서 마주앉은 윤 후보와 안 대표 사이엔 ‘불신의 강’이 흘렀다. 협상과 결렬의 반복으로 앙금이 잔뜩 쌓인 터였다. 대선까지 불과 엿새가 남은 이상 '밀당'을 계속할 여유가 없었다. 2시간 30분간의 대화 끝에 두 사람은 “함께 성공한 정부를 만들어보자”며 손을 맞잡았다.

윤 후보와 안 대표는 2일 밤 10시 마지막 TV토론을 마치고 헤어진 뒤 약 2시간 만에 다시 만났다. 양측 단일화 물밑 채널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도 함께였다. 장소는 장 의원 매형인 성광제 카이스트 교수의 집. 성 교수는 안 대표 부부와도 가까운 사이다.

꽁꽁 언 분위기를 녹인 건 누군가 편의점에서 사온 맥주 네 캔이었다. 윤 후보가 “이렇게 모였는데 ‘짠’ 한 번 하자”며 건배를 제안했고, 맥주캔을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극적 협상이 시작됐다.

대화는 안 대표가 준비한 질문지를 보며 묻고 윤 후보가 답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안 후보는 '진정성'을 따졌고, 윤 후보는 안 대표를 안심시키려 애썼다. 다음은 참석자들이 전한 두 사람의 대화.

▶안 대표= “이제껏 (단일화하면서) 약속도 해보고 각서도 써봤는데 정치판에선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

▶윤 후보= “맞다. 종이쪼가리가 뭐가 필요하겠나. 나를 믿어달라. 나도 안 대표를 믿겠다. 같이 헌신해서 새 정부를 성공시키자. 그 열매는 임기 5년인 대통령보다 안 대표가 더 많이 가져갈 거다. 그걸로 담보가 안 되겠나."

▶안 대표= “성공한 정부는 어떻게 만들 건가."

▶윤 후보= “나는 유능한 사람이다. 한 번도 일 못하는 검사인 적 없었다.”

▶안 대표= "내가 돕더라도 결국 주체는 윤 후보 아닌가."

▶윤 후보= “나는 결정이 빠르지만, 혼자 결정하진 않는다. 국정 운영도 그렇게 하겠다. 합당 문제도 맡겨달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일주일 앞둔 2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제20대 대선 후보자 토론회에 앞서 각 당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뉴스1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일주일 앞둔 2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제20대 대선 후보자 토론회에 앞서 각 당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뉴스1

2일 밤까지 단일화는 회생이 어려워 보였다. 불씨를 살린 건 장제원ㆍ이태규 의원. 지난달 27일 안 후보의 단일화 결렬 선언 이후에도 긴밀히 소통해온 두 사람은 2일 오후 9시쯤 서울 마포구 모처에서 만났다. 토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윤 후보와 안 대표에겐 미리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단일화를 못 이루면 역사에 죄를 짓는 거다." 장 의원과 이 의원은 그렇게 결론 내리고 담판을 짓기로 했다. TV토론이 끝난 뒤 윤 후보와 안 대표를 각각 찾아가 “일단 만나면 타결 가능성이 크다. 결단을 내려달라”고 설득했다.

3일 새벽 2시 반쯤 4자 회동이 끝났다. 장 의원과 이 의원은 오전 6시 50분까지 공동선언문을 작성했다. 한 시간 뒤 윤 후보와 안 대표는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윤 후보로의 후보 단일화를 선언했다. 11시간의 긴박한 단일화 드라마였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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