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무기는 기술의 산물이다. 기술혁신은 무기혁신을 낳는다. 기술이 곧 전쟁양상을 결정한다는 미래주의 관점에서 전쟁과 무기, 그리고 한국국방의 생태계를 그려본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주요 도시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역시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유엔 통계에 의하면 현재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망자는 136명(어린이 13명 포함)이다. 실제 사망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80만 명 이상의 난민이 우크라이나를 탈출했다. 전쟁이 발발하고 일주일 만에 전쟁의 참혹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불행히도 우크라이나는 나토 회원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미국을 포함한 나토가 무력개입을 하지 않고 있다. 그 이면에는 미국과 나토 회원국이 참전할 때 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렇다고 러시아와 직접 무력충돌이 두려워 국제법을 무시한 러시아의 침략전쟁을 그냥 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성공하면 나토국가들의 안보도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러시아와 전투는 우크라이나가 하고 있지만, 미국과 동맹국들은 직접적 군사행동을 피하면서도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러시아의 침략을 격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정보공개, 경제제재, 외교, 무기제공 및 동부 유럽에 병력 증강 등의 다양한 조치를 활용하고 있다. 이번 전쟁에서 미국이 구사하는 가장 특징적인 선제조치는 바로 적극적 정보공개다. 공개정보의 양, 횟수, 속도에 있어서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미국은 외교가 진행되는 동안 러시아의 군사력과 푸틴의 의도에 대한 정보를 꾸준히 노출했다. 우크라이나 주변에서 러시아의 전력 증강 상황을 수시로 발표했다.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구실을 날조하기 위한 '위장(false flag)'작전 음모도 공개했다. 미국은 대담하게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략 의도를 발표했다. 이번에 능력평가를 기반으로 의도를 정확히 포착한 정보활동은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전쟁에서 정보는 탄약이라는 얘기가 있듯이, 전쟁의 승패에서 정보의 역할은 중요하다.
기술의 발달에 따라 정보에 대한 국가독점의 시대는 지났다. 기업이나 개인이 우주와 지상에서 많은 정보를 수집해서 공개하고 있다. 공개정보 홍수시대에 국가정보 능력도 향상되었다. 국가정보기관들이 인간정보와 함께 국가정보 자산을 이용해서 신호정보, 영상정보 등을 수집하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지적했듯이 특히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컴퓨터망과 모바일통신에 대한 의존이 증가함에 따라 암호해독과 전자도청기술이 발전했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동맹국이 필요한 정보가 많이 증가한 셈이다. 미국은 정보예산으로 연간 100조 원 정도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의 대러시아 정보전은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로 볼 수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저지하는 데 실패했다. 러시아가 미국 정보의 신뢰에 타격을 주려면 미국의 예상과 달리 전쟁 대신 외교를 선택해야 했다. 미국이 이를 노렸으나 실패했다. 반면에 지속적인 정보공개로 미국과 동맹국의 결속을 강화해서 가장 강력한 경제제재 조치를 조기에 부과할 수 있게 되었다. 더욱이 푸틴을 강력히 규탄하는 세계 여론을 조성했다.
푸틴의 야만성이 어디에서 멈출 것인가? 직접 전쟁에 참여해서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방법이 과연 존재하는 걸까? 정보가 총탄이라고 하지만 적의 침략을 저지하거나 적을 섬멸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쟁에는 '방관적' 구경꾼과 '공감적' 구경꾼만 존재하는 것은 아닌가? '우리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게 하는 참혹한 우크라이나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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