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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에게 전쟁을 이해시키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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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엄마, 그런데 전쟁이 뭐야?”
어제로 ‘초딩’ 대열에 합류한 아이가 물었다. 쉬는 날에는 꼭 같이 놀아주겠다고 공언한 엄마가 방구석에 앉아 키보드만 두드리자 의아해하던 터다. “갑자기 전쟁이 터져서 일해야 해. 나가서 놀아”라는 답변에 이어진 질문이었다.
전쟁이란 무엇인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정의는 이렇다. 국가와 국가, 또는 교전(交戰) 단체 사이 무력을 사용하여 싸움. 나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답시고 이렇게 말했다. “한 나라가 빼앗고 싶은 게 생겨서 다른 나라에 쳐들어가는 거. 근데 싸우다 서로 죽일 수도 있어. 이번엔 푸틴이라는 러시아 할아버지가 우크라이나라는 나라를 뺏고 싶어서 탱크를 몰고 갔어.” 여덟 살 난 아이는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던 모양이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라고 전화하면 안 돼? 러시아 할아버지 휴대폰 번호 몰라?”
사실 어른이라고 전쟁의 의미를 알까. 가끔은 현실을 마주하고도 비현실적이라고 느낄 때가 있다. 내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그랬다. 21세기 시작과 동시에 태어난 인류가 성인이 된 마당에 10만 병력이 포성을 울리며 전선을 넘는 식의 전투라니! 민간인이 우주여행 가는 시대를 사는 아이에게 냉전시대 유산 부활을 설명해야 하다니! 그건 마치 ‘따뜻한 얼음’만큼이나 이질적인 일이었다.
잔혹한 진실을 말해 주는 것은 더 어려웠다. 이 참상의 가장 큰 희생자는 너의 형, 누나, 친구, 동생이라고. 전쟁은 인간 삶을 황폐하게 만들지만, 어린이에겐 훨씬 가혹하다. 지난달 27일 우크라이나 동부 마리우폴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 병원에 온 소녀도 그랬다. 고작 여섯 살.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슈퍼에 갔을 뿐인데 러시아군 폭격에 끝내 세상을 등져야 했다. 젊은 아버지는 오열했고 의사는 절규하며 외쳤다. “푸틴에게 똑똑히 보여줘라. 이 아이의 눈빛을, 울고 있는 의사들을.”
한 명뿐이랴. 개전(開戰) 고작 닷새 만에 어린이 16명이 희생됐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아이가 어두컴컴한 방공호에서 떨거나, 나라를 지키러 가는 아빠와 생이별하고 있다. 과연 그들의 부모는 자녀를 이해시킬 수 있었을까. 전쟁이 뭐기에 고작 여섯 살, 여덟 살 인생을 이렇게 서글프고 비참하게 만드는지 말이다.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옙스키는 ‘아무 죄도 짓지 않은 어린이가 자신의 것이 아닌 죗값을 치르는 것’을 인류의 가장 큰 비극으로 꼽았다. 얼마나 더 많은 어린 죽음이 이어져야 우크라이나의 비극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나. 냉소와 의심, 두려움을 배운 적이 없는 8세 ‘작은 인간’에게 전쟁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질문을 받은 지 오늘로 꼭 일주일째, 나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PS. 최근 미국에선 자녀가 전쟁에 관해 물을 때 뭐라 답해야 할지 궁금해하는 부모가 많나 보다. 국제 구호개발 비정부기구 세이브더칠드런 미국 지부가 다섯 가지 제언을 내놨다. 간략히 정리했다.
ⓛ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당신에게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을 줘라.
② 나이를 염두에 둬라. 지나치게 자세히 설명하면 불필요한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③ 감정을 확인하라. 대화에서 지지를 받는다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④ 전 세계 어른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안심시켜라.
⑤ 실질적 도움에 나서라. 어려운 사람을 도울 기회를 가진 아이들은 스스로를 문제 해결의 일부라고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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