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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지일관 '러시아 편들기' 北... '핵보유국' 인정 노리나

입력
2022.03.0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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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 계기 NPT 체제 위협
핵군축 취약성 부각해 보유 인정 속셈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 연합뉴스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전 세계가 규탄하고 있지만 유독 러시아를 두둔하는 나라가 있다. 북한이다. 아무리 우방이라도 한 나라의 자주권을 말살시키는 군사력 동원은 북한이 미국을 비난하는 논리인 ‘내정간섭’과 똑같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북한이 대외기조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위험부담을 감수하는 데는 다른 꿍꿍이가 있다고 의심한다. 흔들리는 핵군축 조약을 무력화시켜 이 참에 ‘핵보유국’ 지위를 얻으려 한다는 것이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1일(현지시간) 유엔 긴급특별총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상황의 근본 원인은 미국과 서방의 패권정책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확장이 러시아의 안보 위기를 초래해 침공이 불가피했다는, 러시아 측 주장과 일맥상통하다. 김 대사는 러시아에 철군과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유엔총회 결의안에도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공언했다.

사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사태 초기에는 입장 표명을 꺼렸다. 미사일 발사나 인권침해를 고리로 제재 수위를 높이는 미국을 향해 주권국에 대한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해왔는데, 러시아의 행태도 이와 다르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외무성이 “미국과 서방은 법률적 안전 담보를 제공하라는 러시아의 합리적이며 정당한 요구를 무시했다”는 공식 입장을 낸 후 침공을 정당화하는 기조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대외원칙 훼손의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러시아를 옹호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오랜 시간 미국 주도로 짜인 국제규범의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한다.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불허한 ‘핵확산금지조약(NPT)’이 대표적이다. 북한은 2006년을 시작으로 2017년 9월까지 6번이나 핵실험을 했으나, 국제사회는 핵보유국에 걸맞은 대우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주권을 보장받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에 속수무책 뚫리면서 안 그래도 불신이 큰 NPT 체제는 더욱 위협받게 됐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2일 “북한은 미국이 수세에 몰릴수록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를 핵보유국으로 가는 ‘전환점’으로 삼으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든든한 ‘뒷배’도 절실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중국과 더불어 북한이 군사도발을 감행할 때마다 추가 제재를 막는 버팀목 역할을 해줬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곧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으려는 북한 입장에선 확실한 우군 러시아를 외면할 수 없는 노릇이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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