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도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싸우기 좋아하는 이는 망하나니"

입력
2022.03.02 14:25
수정
2022.03.02 14:5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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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바티칸시티의 성베드로 광장을 내려다보는 사도궁의 창가에서 주일 삼종기도를 이끌고 있다. 교황은 우크라이나 피란민이 전쟁의 참화를 피할 수 있도록 인도주의적 통로를 긴급하게 개방할 것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바티칸시티의 성베드로 광장을 내려다보는 사도궁의 창가에서 주일 삼종기도를 이끌고 있다. 교황은 우크라이나 피란민이 전쟁의 참화를 피할 수 있도록 인도주의적 통로를 긴급하게 개방할 것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종교계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국제사회의 중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왔다. 지난달 25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주교황청 러시아대사관을 방문해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에 복귀할 것을 요청했던 천주교를 비롯해 불교와 원불교, 개신교에서도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성명을 내놨다.

대한불교조계종은 2일 총무원장 원행스님 명의의 입장문을 발표해 “우크라이나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있다”며 “전쟁이라는 참혹한 현실 앞에서 무고한 생명의 희생이 잇따르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계종은 “전쟁으로 인한 우크라이나인들의 아픔은 곧 우리 모두의 아픔”이라면서 무력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불교에서도 나상호 교정원장이 “세상이 열릴수록 싸우기 좋아하는 이는 망하나니”라는 원불교 정산종사의 법어를 인용한 성명을 발표했다. 나 교정원장은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 사용을 중단하고 대화와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천주교에서는 매년 돌아오는 천주교 기념일을 특별히 우크라이나를 위해 기도하는 날로 지내기로 했다. 천주교에서 이달 2일은 예수 부활을 기리는 대축일을 준비하는 ‘사순 시기’의 첫날인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날을 ‘평화를 위한 단식의 날’로 선포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정순택 대주교가 “하루빨리 전쟁이 멈추고 일상의 평화를 되찾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는 위로 메시지(전언)를 발표했다. 천주교는 ‘정진석 추기경 선교후원회’를 통해서 우크라이나에 긴급 구호자금 5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국내 개신교계를 대표하는 연합단체 가운데 하나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산하 국제위원회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하는 NCCK 성명서’를 지난달 23일 발표했다. 위원회는 성명에서 “전쟁은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하고 생명을 앗아가는 반인륜적 비극”이라고 비판하는 한편 핵무기를 포기한 우크라이나가 공격 받는 사태가 핵무기 확산 저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러시아에게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주권을 존중하고 군대를 즉시 본국으로 철수시키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국내 개신교계 최대 연합단체인 한국교회총연합도 지난달 27일 파주시에서 개최한 '3·1운동 103주년 한국교회 기념 예배'에서 기도문에 우크라이나 침공 종식을 포함시켰다.

이밖에 불교와 유교를 비롯해 천도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원불교, 개신교, 천주교 등 7개 종단이 구성한 ‘한국종교인평화회의’도 성명을 발표해 “러시아의 침략은 수많은 무고한 시민들의 생명을 희생시키고 있다. 그 어떠한 이유도 목적도 인간의 생명에 우선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평화회의는 평화를 지지하는 모든 사람들의 연대와 지지를 요청하면서 “정의로움은 약자를 보호하는 데 있다.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의사는 평화를 위한 인류의 위대한 연대”라고 밝혔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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