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과시 수단?... 당신에게 집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몰아보기 연구소]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더 하우스'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금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돈 많은 친척들이 찾아온다. 허름한 집에 사는 레이먼드에게 핀잔을 준다. 화가 난 레이먼드는 악마 같은 존재와 기이한 계약을 한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바로 보기 | 1부작 | 15세 이상

부유한 친척들이 방문한다. 집과 살림살이를 두고 한마디씩 한다. 제법 살던 집안 출신에다 교육을 받을 만큼 받고선 왜 후미진 곳, 허름한 집에서 사냐고 타박한다. 레이먼드는 마음에 생채기가 난다. 만취해 숲을 떠돌다 누군가를 만난다. 부유한 건축가인데,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헌 집을 내놓으면 호화로운 새 집을 지어주고 세간을 새로 마련해 주겠다고. 레이먼드는 덥석 받아들인다. 새집이 거의 완성되자 가족과 이사를 한다. 별다른 노력 없이 안락한 집에서 살며 과시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옴니버스 애니메이션 ‘더 하우스’는 첫 번째 에피소드부터 기이하고 도발적이다.

①과시를 위해 영혼을 판 대가

'더 하우스'는 집 하나를 두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간다. 인간과 쥐, 고양이가 주인공이다. 넷플릭스 제공

레이먼드 가족은 이사한 집에서 기이한 경험을 한다. 건축가는 집 구조를 계속 바꾼다. 일층과 이층을 연결하는 계단의 위치가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식이다. 무슨 일인지 레이먼드와 아내 페니는 실성한 사람처럼 행동한다. 레이먼드는 벽난로에 집착하고, 페니는 재봉틀에 매달린다.

아이들은 이상한 낌새를 알아채나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배고픔에 지쳐 미로 같은 집을 헤매다 옛집과 꼭 닮은 공간을 발견한다. 낡은 세간에 자신들의 장난감까지 찾아낸 후 안온한 시간을 보낸다. 파국이 다가온다. 레이먼드는 가족의 영혼이 담긴 보금자리를 내놓고 허세에 젖어 새집에 입주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②집은 재산 축적용인가, 보금자리인가

'더 하우스'의 세 번째 에피소드 주인공 로사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집을 단장해 세입자를 받으려 한다. 하지만 세상은 예전과 전혀 다르다. 넷플릭스 제공

두 번째 에피소드는 의인화된 쥐들이 주인공이다. 부동산 개발업자는 낡은 집을 수리해 비싼 값에 팔려고 한다. 돈에 쪼들리는 그는 모든 것을 자신의 손으로 처리하려 한다. 새 전자제품을 구입해 설치하고, 손수 인테리어까지 한다. 깔끔하게 단장한 집을 고객들에게 공개하기 직전 문제가 발생한다. 벌레들이 들끓어서다. 소독약을 뿌려 급하게 벌레들을 처치하고 고객들을 맞으나 반응이 신통치 않다. 개발업자는 집을 팔지 못해 파산할지 모른다는 강박에 빠져든다.

③정교한 세공술, 난해한 은유

'더 하우스'는 우화 같은 에피소드 3개를 통해 집에 대한 현대인의 욕망을 드러내고 꼬집는다. 넷플릭스 제공

애니메이션은 집에 대한 현대인의 욕망을 반영하고 이를 꼬집는다. 현대인 대부분에게 집은 자기과시를 위한 수단이면서, 재테크를 위한 주요한 디딤돌이다. 추억이 서려 있거나 몸과 마음을 쉬는 곳이라는 인식은 약하다. 집 본연의 기능을 외면하는 사람들에게 집은 언제든지 삶을 무너뜨릴 수 있는 괴물 같은 존재라고 애니메이션은 말하려 한다. 세상이 물에 잠긴 미래를 배경으로 한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 나름 해법을 제시하려 한다. 집은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곳, 발이 닿아 쉬는 곳이 바로 집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

※몰아보기 지수: ★★★☆(★ 5개 만점, ☆ 반개)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이다. 사물의 미세한 변화를 하나하나 찍은 후 이를 연결해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제작기법을 활용했다. 특수 인형들을 이용한, 정교한 세공술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집에 대한 은유를 음산하게 풀어내는데, 조금은 불편하고, 약간은 난해하다. 영국의 유명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회사 넥서스스튜디오가 제작했다. 헬레나 본햄 카터, 매슈 구드 등 목소리 연기에 참여한 배우들의 진용이 제법 화려하다. 아르헨티나 출신 세계적인 영화음악감독 구스타보 산타올라야가 음악을 담당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