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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겜' 뒤 청각장애 배우의 첫 수상... '약자 언어' 짓밟은 국내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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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배우들이 직접 수상자를 뽑은 제28회 미국배우조합상(SAG)에선 두 가지 역사가 새로 쓰였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와 정호연은 아시아 국적 배우로는 처음으로 드라마 부문에서 남녀연기상을 받았고, '코다'에 출연한 트로이 코처는 청각장애인(농인) 배우 최초로 영화 부문에서 개인연기상(남우조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이 시상식 영화 부문 대상 격인 앙상블상도 '코다'의 코처를 비롯해 말리 매트린, 다니엘 듀런트 등 실제 농인 배우들에게 돌아갔다. 농인 사회에 분수령이 된 순간으로, 16만여 배우 회원들이 편견 없이 농인 배우들의 연기를 조명한 결과였다.
"너희도 내 맘 알지?" 청각장애인 배우가 쏘아 올린 공존
시상식 무대에 선 코처는 수어로 "2001년부터 SAG 회원이었는데 마침내 내가 그 가족의 일원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는 카메라를 보고 이렇게 손으로 말했다. "너희 모두 배고픈 배우가 된다는 게 어떤 건지 알 거야. 나도 무대 뒤 탈의실에서 그리고 차에서 쪽잠을 잤지. 너희도 내 마음 알지? (알아줘서) 고마워."
이렇게 해외에선 농인 배우를 시상식 한가운데 세우며 조명했지만, 국내 방송가와 영화계의 현실은 영 딴판이다. 농인이 작품에서 소외되는 것도 모자라, 수어 비하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제작진들이 재미와 감동을 쥐어짜기 위해 약자의 언어를 함부로 갖다 쓰면서 그들에게 상처만 주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SNL 코리아'가 짓밟고 '스우파'가 편견 강화한 수어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쿠팡플레이의 예능프로그램 'SNL 코리아'는 수어 비하로 물의를 빚었다. 최근 공개한 시즌2 7화 '위켄드 업데이트' 코너에서 배우 정상훈은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고 과장된 동작으로 수어 통역 연기를 했다. 폭력배처럼 어깨를 과하게 움직이면서 건들거리고, 두 손가락을 머리 위에 올려 뿔난 동작을 한 뒤 악을 쓰는 식이었다. 정상훈이 'AI 수어 통역사'로 나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벌어진 쇼트트랙 편파 판정 논란을 풍자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영상이 공개된 뒤 온라인은 발칵 뒤집혔다. ''눈 뜨고 코베이징'을 패러디해 웃음을 주고자 하는 목적은 알겠지만, 엉터리 수어를 마음대로 쓰는 건 농인의 언어권을 무시하는 것' 등의 비판 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풍자가 아니라 약자에 대한 폭력이라는 것이다.
언론인권센터는 성명을 내 "수어 통역사를 웃음거리로 삼고 희화화한 장면으로, 수어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을 비하하는 것과 다름없다"라며 "제작 의도는 '고품격 풍자와 초특급 웃음을 전한다'는 것인데 고품격 풍자도, 초특급 웃음도 전하지 못한 채 특히 사회적 약자에게 상처만 남기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SNL코리아' 제작진은 해당 영상을 온라인에서 뒤늦게 내렸다. 그 뒤 "제작 의도와 다르게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고 사과했지만, 약자의 언어를 웃음거리로 쓴 제작진의 폭력성에 대한 비판 여론은 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비단 'SNL 코리아'의 문제만은 아니다. 지난 연말, 대중문화시장을 후끈 달궜던 Mnet 댄서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댄서팀 훅이 '엄마가 딸에게' 춤으로 수어를 활용한 것도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어 통역사 A씨는 본보에 "'수어는 슬퍼' 혹은 '왠지 아름다워' 같은 고정관념에서 수어를 단순히 모성을 끌어내기 위한 짠한 도구로 활용한 것처럼 비쳐 보기 불편했다"고 말했다.
'이터널스' 농인 영웅도 실제 청각장애인... "편견 깨야"
이렇게 언어를 오염당한 국내 농인 배우들에게 업계의 문턱은 높다. OTT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미드나이트'(2021)와 영화 '보통 사람'(2017)에서 농인 역할은 모두 청인 배우들이 맡았다. '코다'를 비롯해 마블 블록버스터 '이터널스'(2021)에서 청각장애인 영웅 마카리 역을 맡은 로런 리들로프와 '콰이어트 플레이스2'에서 청각장애를 겪는 큰딸 리건을 연기한 밀리센트 시먼스 등은 모두 실제 청각장애인이다. 농인 배우들에게도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동등한 출연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김철환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활동가는 "청각장애인의 예술 활동을 특수하거나 질 낮은 영역으로 바라보는 편견부터 깨야 한다"며 "다양성과 공존이 화두인 시대인 만큼 제작자들은 적극적으로 장애인 역에 장애인 배우를 앉히고, 정부는 장애인 배우들의 지속적인 예술 활동을 위한 예산 확보 등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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