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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하면 할수록 늘어난다… 일회용품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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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 뿐 아니라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2주 단위로 수요일 연재합니다.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참 불편하다. 그래서 일회용품 사용을 하지 못하게 하면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편리함을 맛본 후 이전으로 돌아가기 쉽지 않다. 일회용품 금단 스트레스를 돌파해야 하는데, 서로가 서로를 꾸짖고 격려하고 다독여야 한다. 한 번 쓰고 버리는 문화는 지구에도 인간에게도 모두 좋지 않다. 사람도 물질도 한 번 쓰고 버리는 게 아니다. 우리 시대 모든 병적 징후는 이기적 욕망에 취해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을 당연시하면서부터다.
올해도 새로운 일회용품 사용규제가 도입된다. 4월부터 감염병과 관계없이 매장 내 플라스틱 일회용컵 사용은 금지되고, 6월부터는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작된다. 300원을 내고 테이크아웃을 해야 한다. 11월부터 매장 내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젓는 막대 사용도 금지된다. 매장과 음식점 내에서는 종이컵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편의점이나 제과점에서 일회용 비닐봉투도 사용할 수 없다. 경기장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응원용품을 사용하는 것도, 대형 유통매장에서 우산비닐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도 금지된다. 내년부터는 음식점에서 플라스틱이 사용된 물티슈 사용도 하지 못하게 될 예정이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충분할까? 정부는 열심히 규제를 신설하는데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작다. 사용금지된 것보다 사용되는 것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금지 테두리 밖에 있는 테이크아웃 용기나 배달음식 용기, 일회용 포장재 사용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매장 내외 소비를 막론하고 일회용기나 일회용 포장재를 다회용기나 포장재로 전환해야만 비로소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쓰레기 발생량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다회용 사회로 가려면 다회용기 보증금 시스템과 다회용기 대여‧세척 인프라 구축이 반드시 필요한데 동시에 누군가 다회용기를 비싸고 불편하더라도 먼저 사용하는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 공공기관이 일회용품 사용 근절에 앞장서야 하는 이유다. 작년 7월에 공공기관 일회용품 등 사용 줄이기 실천지침이 국무총리 훈령으로 만들어졌다. 정부 및 지자체, 공공기관, 학교 등이 모두 적용대상인데, 일회용품, 페트병 생수 및 음료수, 풍선, 우산비닐, 장례식장 일회용품, 비닐류가 포함된 창문봉투를 사용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환경 관련 부서를 제외하고 이런 훈령이 있다는 것을 제대로 인지는 하고 있을까 싶다. 유치원이나 대학교 등도 모두 지침 적용대상인데 이 지침을 지키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정부나 지자체, 국회 등 회의에 가면 여전히 페트병 생수가 놓여있고, 일회용 도시락 배달을 시키고 있다. 너도나도 점심식사 후 일회용컵을 들고 청사 안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뿌려댄 텀블러는 도대체 어디에 숨어있는 것일까?
말로만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행동이 필요하다. 기관장의 의지표명이 필요하고,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한다. 기관별 평가항목에 일회용품 줄이기 대책이 포함되어야 한다. 공공기관 내 카페에는 일회용컵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 훈령으로 노력하자고 할 게 아니라 법률로 금지해야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청와대에서 첫 회의를 한 후 대통령과 참모들이 텀블러를 들고 활짝 웃으면서 청와대를 거니는 눈부신 장면이 찍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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