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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여당 후보 이재명이 통합정부 받아들여 의외"라 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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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대선후보가 통합정부를 수용할 수 있는 건 의외로 생각한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
한국 정치의 대표 전략가이자 킹메이커로 꼽히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추켜세웠다. 2016년 6월 이재명 성남시장의 단식 투쟁을 당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김 전 위원장이 중단시키며 애틋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이후에도 서로를 향한 애정을 드러내 왔었다.
이번에 두 사람을 이어준 끈은 '통합정부'였다. 한국 정치의 각종 폐단을 낳는 승자독식 권력구조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건 김 전 위원장의 오랜 소신이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달 6일 자신의 광화문 사무실을 찾은 이 후보와의 만남에서 "대한민국의 갈등 구조를 해소하지 않으면 미래가 밝지 않다"면서 차기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으로 통합정부를 제시했다고 한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오마이뉴스TV' 인터뷰를 통해 김 전 위원장이 직접 공개한 일화다.
김 전 위원장 = "대통령이 되려면 무엇을 하려고 하느냐."
이재명 후보 = "정치를 바꿔야겠습니다."
김 전 위원장 = "이 모든 갈등구조를 해소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지 않다. 그러려면 정치권에 있는 갈등구조부터 해소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다음 정부가 '통합정부'가 돼서, 지금 우리나라가 당면한 여러 문제들을 합의하에 처리해 혁신을 이루지 않으면 미래가 안 보이니 (다음 정부는) 통합정부가 필요하다."
그날 김 전 위원장과의 만남 이후, 이 후보는 '김종인표 통합정부론'을 그대로 받아 안았다.
지난달 14일 서울 명동에서 '위기극복, 국민통합선언' 기자회견을 통해 ▲선거제 개혁 ▲국민통합 내각 ▲개헌 등을 쏘아 올린 게 시작이었다. 이후 막바지 대선 레이스를 '정치 교체' 이슈로 끌고 가고 있다.
민주당도 적극 보조를 맞추고 있다. 송영길 대표가 지난달 24일 ▲대통령 4년 중임제·결선투표제 개헌 ▲국무총리 국회추천제 ▲지방의원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이 포함된 정치개혁안을 발표한 이후, 지난달 27일에는 의원총회를 통해 '국민통합 정치개혁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김종인발(發) '통합정치'가 이재명의 '정치교체'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김 전 위원장은 이 후보와 민주당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여당의 후보자가 그런 걸 수용할 수 있다고 하는 건 의외라고 생각한다"고 호평하며 "그동안 이 후보의 얘기를 보자면 그 방향으로 얘기하고 있고, 어제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형태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일단 그런 방향으로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다만 과거에도 대통령들이 당선 이후엔 권력 내려놓기에 손을 뗐다는 점을 지적하며,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김 전 위원장은 "최종적으로 이게 되느냐 마느냐는 당선 이후에 생각이 어떻게 또 변하느냐여서 우리가 미리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며 "과거 대통령이 되고 싶어 한 사람들이 많은 약속을 했다. 내각제 개헌을 한다고 각서까지 쓰고, 그렇지만 당선되고 나서 다 수포로 돌아가고 허언이 돼 버리지 않았느냐"고 했다.
그러면서도 "172석, 여권에 가까운 사람까지 하면 180석이 넘는 상황에서 진짜 통합정부가 된다고 할 것 같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며 "그게 하나의 여권 후보의 장점이라 볼 수 있다"고 이 후보의 정치교체 행보에 힘을 실었다.
통합정부를 실천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제로는 무엇보다 개헌을 꼽았다. 제도의 협치를 보장하지 못한다면, 통합정부 구상은 말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명의 정치교체를 이끌어낸 김 전 위원장이지만, 선거 기간 당장 이 후보를 돕는 데는 선을 그었다. "그건 자기들끼리 얘기하는 것이지 내 생각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다." 이 후보가 대선 전 비전위원장 영입을 타진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일축하며 내놓은 답이다.
다만, 선거가 끝난 이후 차기 대통령이 통합정부 의지를 보인다면 도와줄 의사가 있다는 뜻도 넌지시 밝혔다. "만약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이 (통합정부) 그와 같은 일을 당선 이후에 이행하려고 실질적으로 하게 되면 그때 가선 (역할을) 생각해볼 수 있다"면서다.
선거가 채 열흘도 안 남았지만, 여전히 유례없는 박빙 선거. 김 전 위원장은 앞으로의 판세에 대해 "일반 유권자들이 생각할 적에 가장 시급한 것은 어떻게 코로나19 위기로부터 안정을 찾을 것이냐"라며 "큰 혼란을 겪지 않고 변화를 추구할 인물이 누구겠느냐, 여기에 따라 유권자 표심이 움직이리라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간 야권 단일화에 대해선 물 건너 갔다고 내다봤다.
한때 "별의 순간이 왔다"며 도왔지만, 이제는 갈라선 윤석열 후보를 겨냥해서도 뼈 있는 말을 남겼다. "대통령이 되면 최고의 전문가, 최고의 지성을 모시고 일하겠다"(지난달 1월 27일)는 윤 후보의 국정운영 방향을 탓하면서다.
김 전 위원장은 "'내가 머리가 나빠도 무슨 머리는 빌리면 된다'는 건 굉장히 듣기가 거북스러운 소리"라며 "최소한 머리를 빌리려면 빌릴 수 있는 머리는 있어야 한다. 그냥 아무나 갖다 쓴다고 나라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이 정치인이란 건 자기 스스로가 자기 입지를 만드는 거지 우연한 기회에 된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며 "정치도 사실 차근차근 쌓아 올라가며 정치인이 돼야 지도자로서 역할을 하는 거지 어느 날 갑자기 지도자가 될 수는 없는 것"이라고도 했다.
윤 후보를 향한 김 전 위원장의 날 선 발언은, 공교롭게도 이 후보의 입에서도 똑같이 반복됐다. "지휘하는 사람이 모르면 잘 아는 사람 골라 쓰면 된다는데, 골라 쓸래도 골라 쓸 머리가 있어야 되지 않습니까." 지난달 28일 경북 유세에서다.
'통합정부'를 고리로 공통분모를 찾은 두 사람이 윤 후보의 공격에서도 보조를 맞추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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