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근로기준법 전면손질...비정규직은 '제로화' 아닌 남용자제·처우로 풀어야"

입력
2022.03.03 04:3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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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지속가능 솔루션: 노동분과 결산>
차기 정부 노동정책 방향은

편집자주

'대한민국 지속 가능 솔루션'은 대선을 맞아 한국일보가 전문가들과 함께 우리나라 당면 현안에 대한 미래 지향적 정책 대안을 모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정치 외교 경제 노동 기후위기 5개 분과별로 토론이 진행되며, 회의 결과는 매주 목요일 연재됩니다.

<차기정부 노동개혁을 위한 제언>


1. 근로규제 개혁
-근로시간 규제 일 단위 규제 아닌 총량 규제로
-법정 휴게시간 노동강도 따라 유연하게
-근로기준법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2. 비정규직 해법
-비정규직 근로계약 잦은 기업엔 고용보험료 중과
-원청을 공동사용자로 간주해 비정규직 협상력 강화
-기업임금 체계 연공급에서 직무급으로 전환

3. 노사관계 세대갈등 해소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시 외부 채용 확대
-청년 내일채움 공제제도 확대
-정년 연장 대신 필요시 계속 고용 유도

지속가능솔루션 노동분과 위원. 왼쪽부터 권순원(숙명여대) 박귀천(이화여대) 교수, 이욱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이왕구 논설위원.

지속가능솔루션 노동분과 위원. 왼쪽부터 권순원(숙명여대) 박귀천(이화여대) 교수, 이욱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이왕구 논설위원.

기술발전에 따른 특수고용노동자의 증가, 숙련노동 자동화에 따른 비정규직 양산, 집과 사무실 간 경계 해체에 따른 근로시간 유연화 등 급격환 노동환경 변화와 부족해진 일자리를 둘러싼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지속가능 대한민국 솔루션’ 노동분과는 그동안 △낡은 근로기준법 개편 △비정규직 △노동시장 세대갈등 등을 주제로 세 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차기정부 5년이야말로 급변하는 환경에 맞춰 노동문제를 새롭게 재편할 골든타임임을 강조했다.


일 단위 시간 규제를 총량 규제로

근로기준법은 노동과 관련된 가장 기초적 법안이다. 그러나 현 근로기존법은 과거 '공장시대'를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시대에 맞지 않는 경직된 조항들이 많다.분과위원장을 맡았던 숙명여대 경영학부 권순원 교수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고임금 노동자에게는 근로기준법 일부 조항의 적용 제외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신 (현재 미적용되고 있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근로기준법 적용을 적극 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무조건적 형사처벌 조항, 근로시간 규제방식의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법무법인 태평양 이욱래 변호사는 “퇴직금 정산 착오, 규정 오적용과 같은 조항은 과태료 부과 등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규제방식의 개선요구도 나왔다. 이 변호사는 “근로시간은 규율하되 하루 단위 몇 시간만 일하도록 하는 식의 분절적 규제방식을 총량 규제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4시간 이상 근무 30분 휴식시간 보장 규정을 업무강도나 근로형태에 따라 손질할 필요가 있다”며 경직적인 휴게시간 조항의 탄력적 개선을 제안했다.

교섭권 강화해 비정규직 처우개선 유도

고용불안정, 저임금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는 현 정부처럼 '비정규직 제로화'가 아닌, 기업들의 남용억제와 실질적 처우개선으로 초점을 바꿔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비정규직 사용기간ㆍ사용사유 제한 같은 기존 방식보다는 기업에 경제적 부담을 주는 방안이 제안됐다. 권순원 교수는 “근로계약 갱신을 반복하는 기업에는 고용보험료 부담을 가중시키는 방법을 검토하자”고 말했다. 산재가 많이 나는 사업장에 보험료를 할증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비정규직의 교섭권을 강화해 처우개선을 유도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용자 범위를 확장해 사내하청의 경우 원청이 공동교섭을 하도록 하는 등 ‘공동사용자’로서의 의무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순원 교수는 이와 함께 “국가차원의 임금제도 개선을 위해 ‘국가임금위원회’ 같은 기구를 상설화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직무기반 임금체계로 전환

기성세대와 MZ세대 간 ‘공정성’ 갈등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좋은 일자리 부족 문제와 맞닿는데, 이는 기업의 임금ㆍ인사체계 변화로 해소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권순원 교수는 “직무ㆍ성과 등에 기반한 임금체계로 전환하고, 외부노동시장의 개발과 확장을 도모함으로써 한 번 진입하면 경력과 소득이 보장되는 지금의 폐쇄적 구조를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흥준 교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사람’이 아닌 ‘일자리’ 전환임을 명확히 하고, 청년친화적인 자리에는 외부에 더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귀천 교수는 “선택적 근로시간 확대 등 개인시간에 높은 가치를 두는 MZ세대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제도와 기업문화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왕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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