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정찰위성' 카드까지 꺼낸 北... 'ICBM 도발' 가까워진다

입력
2022.03.01 00:1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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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27일 미사일 발사, 정찰위성 시험용"
위성·ICBM 발사 기술 비슷... "위장 꼼수"
4월, 위성 발사 빌미 도발 감행할 가능성

북한이 지난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평양=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지난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평양=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에 성큼 다가섰다. 올 들어 8번 미사일 시험발사 끝에 결국 ‘정찰위성’ 카드를 뽑아 든 것이다. 정찰위성을 띄우려면 장거리로켓 발사 기술이 필수. 작동 원리가 같은 ICBM 발사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볼 수 있다. 지난달 이미 ‘레드라인(금지선)’ 파기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도발 명분을 차곡차곡 쌓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8일 전날 쏘아 올린 탄도미사일의 목적을 “정찰위성 개발에 필요한 중요시험”이라고 밝혔다. 군 정찰위성은 지난해 1월 8차 노동당 대회에서 확정된 ‘5대 국방과업’ 중 하나다. 통신은 “정찰위성에 장착할 촬영기들로 지상 특정 지역에 대한 수직ㆍ경사 촬영 등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준중거리미사일(MRBM)로 알려진 발사체는 사진을 찍는 용도라는 것이다. 북한은 이날 우주에서 한반도를 찍은 사진 두 장도 공개했다. 종합하면 국가 국방계획에 의거한 비군사적 훈련일 뿐, 무력시위 의도는 없다는 속내가 담겨 있다.

"정찰위성은 ICBM 예고편"... 北의 꼼수

하지만 기술적 특징과 전례에 비춰 북한의 정찰위성은 ICBM 발사의 ‘예고편’ 성격이 강하다. 우선 정찰위성과 ICBM 발사 기술은 거의 비슷하다.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기 위해선 장거리로켓에 실어 보내야 하는데, 이때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필요 없다는 점만 빼면 ICBM 작동 원리와 같다. 발사체 ‘머리’ 부분에 싣는 물체가 위성이냐, 탄두냐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북한의 이런 검은 의도를 간파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2년 일찌감치 위성 발사를 결의(2087호) 위반으로 규정하고, 금지했다.

과거 사례도 있다. 북한은 2016년 2월 지구관측위성이라고 주장한 ‘광명성-4호’를 장거리로켓에 탑재ㆍ발사한 뒤, 이듬해 ICBM ‘화성-15형’을 쐈다. 이번 역시 ICBM 발사 능력을 확인할 요량으로 위성 발사로 둔갑한 ‘위장시험’ 가능성이 큰 셈이다.

거꾸로 잇단 무력도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을 돌리기 위해 미사일 발사를 위성으로 위장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이날 공개된 사진이 근거다. 군사전문가들은 지난달 30일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 당시 찍힌 사진과 비교해 고도만 높을 뿐 차이가 없다고 지적한다. 사진의 해상도도 형편없어 사물 식별은커녕 지구 표면을 촬영한 수준에 불과하다. 위성 기술을 확보했다고 보기에 한참 모자란다는 뜻이다. 합참 관계자도 “발사 당일 설명에서 변화가 없다”고 말해 ‘일반 탄도미사일’이라는 평가에 무게를 실었다.

ICBM '모호성' 활용, 모라토리엄 회피할 수도

북한이 27일 시험발사한 발사체에 장착된 촬영기로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한반도 모습.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27일 시험발사한 발사체에 장착된 촬영기로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한반도 모습.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목적이 무엇이든 북한이 ICBM 도발을 향해 단계를 밟고 있는 건 분명하다.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훈련)과 김일성 생일(15일ㆍ태양절)이 겹친 4월을 유력 도발 시점으로 꼽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완성된 정찰위성과 함께 위성을 가장한 ICBM 발사를 전격 감행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이 경우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키면서도 “모라토리엄(유예) 해제는 아니다”라는 핑계를 댈 수 있다.

안보리는 우크라이나 사태 와중에도 28일(현지시간) 북한 탄도미사일 문제를 논의할 비공개 회의를 소집했는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ICBM급 추진체의 ‘모호한’ 특성을 십분 활용해 미국과 국제사회의 반응을 떠보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민순 기자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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