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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을 다시 생각한다

입력
2022.03.02 00:00
26면

기후변화대응 위한 시스템 대전환 불가피
다만 비용 산업영향 속도 등 신중히 봐야
차기정부는 기후대응거버넌스부터 재정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2020년 10월 '2050년 탄소중립' 선언
-2021년 10월 탄소중립위원회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발표
-2021년 10월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2018년 대비 40% 감축)

현재까지 나온 탄소중립 관련 정부의 시간표다. 기후변화 문제 해결은 늦출 수 없는 가치이다. 정부가 속도를 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다시 읽어 보았다. 역시 탄소중립은 매우 복잡한 퍼즐 같았다. 탄소중립은 그야말로 다양한(정말로 다양하다!) 과학 기술적 수단이 요구되고 전환, 산업, 가정 등 전 분야 시스템의 전면적 개편을 요구하는 과제다. 더구나 50년까지 먼 미래를 내다보아야 한다. 탄소중립위원회의 어려움이 짐작된다.

탄소중립은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새로운 환경 신기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새로운 뉴스와 정보도 계속 쏟아진다. 메탄도 이산화탄소만큼 기후변화에 위험하다고 한다. 미국의 가스 스토브에서 배출되는 메탄은 자동차 50만 대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에 맞먹는다고 한다(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2022 56 (4), 2529-2539). 프랑스가 원전 강화 전략으로 전환한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탄소중립 시나리오 발표 후 비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탄소포집(CCUS),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신재생의 전면적 확대 등이 중요한 감축 수단으로 제시되는 것을 보면서 나의 과문함을 탓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어떤 기술적 과학적 근거로 등장했는지 궁금했던 것도 사실이다. 경제적 영향, 즉 비용과 산업구조 개편에 대한 고려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된다.

'포터가설'이라는 것이 있다. 거칠게 정리하면 기업의 환경기술 투자활동은 부가적으로 기업 생산활동의 효율화에 기여함으로써, 기업에도 장기적으로 이득이 된다는 것이다. 즉, 감축 비용은 장기적으로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 연구 결과는 이 가설이 맞다는 결론을 내리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감축 비용은 누구인가 부담을 해야 한다. 물론 민간이 주도하는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으로 등장한 ESG, RE100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시장 시스템만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중국 및 인도는 탄소 최대 배출국이지만 중국은 2060년, 인도는 2070년으로 탄소중립을 늦춘 상황이다. EU 등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는 일종의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기후변화 협상은 관련 기술경쟁력이 축적된 EU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이제 무거운 짐이 차기 정부로 넘어갔다. 탄소중립은 경제, 산업, 기술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국가시스템의 장기적인 대개편이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상황과 정보를 바탕으로, 필요하면 계획을 재검토하고 조정해 나갈 수밖에 없다. 우선 현재 관제탑 역할을 하는 탄소중립위원회와 독립적 정책집행부처의 필요성, 그리고 둘 사이의 관계 등을 검토해 '탄소중립 거버넌스'를 재정립해야 하는 것이 시급하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 따르면 카이사르는 한 가지 일을 수행할 때 여러 가지 목표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한다. '심모원려(深謀遠慮)'라는 말이 있다. 깊은 꾀와 먼 장래를 내다보는 생각이란 의미다. 탄소중립의 길에 한 번쯤은 생각해 볼 만하다.


김연배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과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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