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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썰매 하키’의 감동 기억하십니까…장종호·정승환 등 11명 건재

입력
2022.03.01 06:00
수정
2022.03.01 09:06
19면

2022 베이징 동계패럴림픽에 참가하는 대한민국 남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28일 베이징 국립 실내경기장에서 작전을 공유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2022 베이징 동계패럴림픽에 참가하는 대한민국 남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28일 베이징 국립 실내경기장에서 작전을 공유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지난 2018년 3월 17일 강원 강릉하키센터. 평창 동계패럴림픽 파라아이스하키 대한민국과 이탈리아의 동메달 결정전이 열렸다. 한국은 1피리어드에서 조영재와 정승환, 장종호가 이탈리아 골문을 향해 수차례 위협적인 슈팅을 날렸지만 아슬아슬하게 빗나가거나 골리(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2피리어드 초반에도 여러 차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맞았지만, 상대 수비수 몸을 맞고 튕겨 나가는 등 좀처럼 골 운이 따르지 않았다.

그리고 맞이한 운명의 3피리어드. 분위기가 바뀌며 오히려 이탈리아의 거센 반격이 시작됐다. 대표팀은 그러나 실점 위기를 잘 넘겼고, 3피리어드 3분 20초를 남긴 상태에서 장동신의 결승골이 터졌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한민국 사상 첫 파라아이스하키 메달이었다. 특히 △종료 10초를 남기고 관중들이 한목소리로 카운트다운을 한 모습과 △선수들이 빙판에서 얼싸안고 눈물바다를 이룬 장면은 평창 패럴림픽의 명장면으로 남았다.

그 아이스하키팀이 4일 개막하는 2022 베이징 동계패럴림픽에서 다시 한번 기적의 메달에 도전한다. 엔트리 17명 가운데 장종호, 정승환 등 11명은 ‘평창 멤버’다.

2018 평창 패럴림픽 당시 아이스하키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이 강릉 하키센터에서 훈련하는 모습. 강릉=연합뉴스

2018 평창 패럴림픽 당시 아이스하키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이 강릉 하키센터에서 훈련하는 모습. 강릉=연합뉴스

먼저 평창 패럴림픽 당시 동메달 쾌거를 이끌었던 ‘울보 주장’ 한민수(52)는 대표팀 감독으로 돌아왔다. 한 감독은 동메달을 획득한 뒤 해단식에서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며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울보 주장’이란 애칭도 이때 붙었다. 감독 데뷔전이었던 지난해 6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패럴림픽 티켓을 획득했다. 이번 패럴림픽에선 ‘평창의 감동’을 넘어 패럴림픽에서 이뤄내지 못한 결승까지 진출하겠다는 각오다.

이번 대회 ‘캡틴’은 장종호가 맡았다. 벌써 패럴림픽만 4번째 출전이다. 장종호는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처음엔 많이 두렵고 떨렸지만 지금은 동요하지 않고 막바지 준비를 잘했다”라고 전했다. 역시 대표팀의 강점은 조직력이다. 장종호는 “대표팀 70% 이상이 10년간 동고동락한 사이”라며 “오랜 기간 다져진 조직력은 큰 강점이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2회 연속 메달을 자신했다.

이 종목 최강은 미국(1위)과 캐나다(2위)다. 특히 미국은 우리가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 여기에 평창 대회 당시 도핑 이슈로 불참했던 강호 러시아패럴림픽 선수단(RPC)도 이번 대회에 참가한다. 고교야구 포수 출신의 ‘18년 베테랑 골리’ 유만균은 “베이징에서 캐나다와 미국을 꺾고 은퇴하고 싶다”라며 웃었다.

대표팀은 따끔한 예방 주사도 미리 맞았다. 마무리 훈련 중이던 지난 15일 한 감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고, 25일 베이징으로 출국하는 본대와 합류하지 못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한 감독 외에도 팀내 확진자가 나오면서 선수들도 고삐를 바짝 죄야 할 시기에 상당 기간 썰매를 타지 못했다. 다행히 한 감독은 현재 완치 판정을 받아 오는 3일 출국해 베이징 현지에서 팀원들과 합류할 예정이다.

한편 파라아이스하키는 스케이트가 아닌 썰매를 타고 15분씩 3피리어드를 치르는 경기다. 썰매도 지치고 스틱으로 퍽까지 다뤄야 하는데 거친 몸싸움까지 더해지면서 장애인 스포츠 중 가장 격렬하고 어려운 종목으로 꼽힌다.

강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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