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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성인지 예산' 30조원으로 북핵 막겠다? "가짜뉴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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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가 성인지감수성 예산이란 걸 30조 썼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돈이면 그중 일부만 떼어내도 우리가 이북의 저런 말도 안 되는 핵위협을 안전하게 중층적으로 막아낼 수 있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성인지 예산 30조 원 중 일부만 떼내도 북한의 핵위협을 안전하게 막아낼 수 있다"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발언이 논란을 낳고 있다. 성인지 예산 자체를 잘못 이해하고 있음을 드러내며 거짓 주장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인지 예산 논란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촉구하는 일부 남초(남성 이용자가 많은) 커뮤니티에서 한때 여가부 폐지의 근거로 회자됐던 주장으로, 여러 언론의 팩트체크를 통해 사실관계 오류가 드러난 사안이다.
논란의 발언은 27일 오전 단행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신흥동 북포항우체국 앞에 마련된 유세 무대에 올라 "오늘 아침에 핵 탑재가 가능한 (북한의) 미사일 실험이 올해 들어 8번째"라며 "이런 도발을 하고 있는데 종전선언을 외치면서 북에 아부하고 김정은의 심기만 잘 살피면 우리 안보가 잘 지켜지고 대한민국의 안전이 보장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우리 수십만의 젊은 청년들이 왜 고생하면서 휴전선과 국경선을 지키고 있나"라며 "우리가 힘을 가져야 우리 안전을 지킬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닌가"라고 북핵 위협을 막기 위한 보다 강력한 안보 태세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 해결책으로 꺼내 든 카드가 바로 성인지 예산이었다. 윤 후보는 "우리 정부가 성인지감수성 예산이란 걸 30조 썼다고 알려져 있다"며 "그 돈이면 그중 일부만 떼어내도 우리가 이북의 저런 말도 안 되는 핵위협을 안전하게 중층적으로 막아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의 말대로 30조 원이나 드는 성인지 예산을 국방비 등으로 돌리면 북핵 위협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성립될 수 없는 얘기다. 성인지 예산에 대한 개념부터 잘못됐기 때문이다. 성인지 예산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실제 사용하고, 집행되는 예산을 말하지 않는다. 성인지 예산 자체에 별도의 세금이 투입되는 개념이 아닌 것이다.
양성평등기본법과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성인지 예산은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운용에 반영"하는 것이라고 규정돼 있다. 결국 각 정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의 사업 예산 중 성평등에 효과가 있다고 보이는 사업을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해 놓은 일종의 기준인 셈이다.
여성가족부가 펴낸 '2021 성인지 예산서 작성 매뉴얼'에서도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칠 영향을 미리 분석해 편성에 반영하고,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수혜받았는지 평가해 다음 연도 예산에 반영하는 제도"라고 설명해놨다.
윤 후보가 언급한 대로 30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가 나올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각 정부 부처와 지자체의 기존 사업 중 여성과 남성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라면,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되는 만큼 성인지 예산은 광범위할 수밖에 없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2021년도 예산안 성인지 예산서 분석'에 따르면,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된 35조 원은 38개 부처의 성인지 예산을 모두 합산한 금액이었다. 가장 많은 성인지 예산 사업을 신고한 곳은 11조4,000억 원을 신고한 보건복지부, 그 다음은 중소기업벤처부로 9조4,000억 원, 고용노동부 6조6,000억 원, 국토교통부 4조6,000억 원 순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성인지 예산의 주관 부처로 오해를 받고 있는 여성가족부의 경우 약 8,800억 원에 불과하다. 각 부처의 성인지 예산을 취합해 총괄하는 건 기획재정부로, 여가부는 성인지 사업의 기준을 정하는 '성인지예산협의회'에 위원 자격으로 참여한다.
윤 후보의 말대로,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된 30조 원 중 일부를 떼내려면 각 부처의 주요 사업들을 축소 또는 폐지해야 하냐는 극단적 반박 논리까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당장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민방위 훈련도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되는데 이것도 없애자는 말이냐" 등 윤 후보를 질타하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성인지 예산을 둘러싼 논란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여성가족부 폐지론을 주장하는 일부 남초(남성 이용자가 많은) 커뮤니티 등에서 "여가부가 1년 성인지 예산으로 국방부 1년 예산과 비슷한 35조 원을 쓴다"는 사실 관계가 부정확한 주장을 퍼뜨리면서 시작했다. 결국 윤 후보는 일부 여가부 폐지론자들의 가짜뉴스에 편승해 국가 예산과 안보 정책을 거론한 셈이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 후보의 해당 발언을 전한 기사를 공유하며 "아이고 ㅠㅠ. 윤석열 후보가 성인지 예산제도가 뭔지도 모르고 갈라치기 혐오의 정치를 선동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제가) 작년에 대표발의한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제도도 '수백조 원의 온실가스 감축 예산'이 됐다고 거짓 주장을 할 판이다. 성인지 예산은 예산을 쓸 때 성평등 취지에 잘 맞게 추진할 사업을 고르고 평가하라는 일종의 기준 같은 거다"라고 일침을 날렸다.
한편 국민의힘은 논란을 빚은 윤 후보의 발언과 관련 "성인지 예산과 부처 사업 예산을 혼동한 것이 아니다"고 적극 해명했다.
국민의힘 공보팀 관계자는 "성인지 예산을 포함해 문재인정부의 주먹구구식 예산집행을 문제 삼으려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었다"며 "세출 구조조정을 통한 효율적 예산 집행으로 국방 분야 등 필요한 사업에 예산을 사용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성인지 예산의 일부 문제점도 개선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평등 제고라는 취지와 무관한 사업들이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돼 성인지 예산의 본래 목적을 희석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던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2020년 성인지예산 결산서상, 목표 달성률은 69.4%로 2019년 72.2%보다 감소했다"며 "성인지 예산 중 필요한 부처사업은 증액하고, 집행이 부진한 사업은 감액하고, 불명확한 사업은 재조정하여 성인지 향상에 더욱 노력해 나가겠다는 게 국민의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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