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단일화 결렬' 각오한 윤석열... D-10 '지지율 결집' 승부수

입력
2022.02.28 04:30
3면
구독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의 단일화와 관련해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의 단일화와 관련해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7일 이례적으로 단일화 물밑협상 경과를 공개한 것은 '단일화 결렬'을 염두에 둔 승부수로 볼 수 있다. 윤 후보가 단일화를 위한 회동 성사를 위해 노력을 다했음에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표리부동한 태도가 물밑협상이 중단된 원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단일화 무산 책임을 안 후보에게 넘김으로써 다자구도에서 분산돼 있는 '정권교체' 여론을 윤 후보 쪽으로 최대한 끌어모으려는 전략이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박빙판세가 전개되는 것도 윤 후보가 더 이상 단일화 협상에만 매달릴 수 없도록 하는 요인이다.

협상 경과 공개로 安에 '결렬 책임' 전가

이날 오전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이 공지됐을 때만 해도 두 후보 간 단일화에 대한 합의를 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다. 오히려 국민의힘이 공개한 협상 경과 내용도 윤 후보가 단일화에 보다 적극적이었다는 것을 부각했다. 윤 후보가 회견에서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위해 진실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왔다"며 '진정성'을 강조한 이유다.

국민의힘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진석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이 지난 7일 윤 후보에게 직접 전화해 단일화 조건을 먼저 제안했고, 윤 후보가 "공동정부까지 구성 가능하다"고 화답하며 즉시 회동하자는 의사를 전달했다. 전날에도 윤 후보의 최측근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인 이태규 의원이 양측의 전권대리인으로서 합의 직전까지 갔으나, 분명한 이유 없이 결렬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7일 오후 전남 여수시 이순신광장 앞에서 단일화 관련 입장을 발표한 뒤 차에 탑승하고 있다. 여수=뉴스1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7일 오후 전남 여수시 이순신광장 앞에서 단일화 관련 입장을 발표한 뒤 차에 탑승하고 있다. 여수=뉴스1


'최종합의'했다지만 진실 공방에 감정만 상해

국민의힘이 공개한 윤석열-안철수 후보간 단일화 협상 주요경과. 그래픽=송정근 기자.

국민의힘이 공개한 윤석열-안철수 후보간 단일화 협상 주요경과. 그래픽=송정근 기자.


특히 윤 후보는 26일 양측이 '후보 단일화 협상에 관한 최종합의'를 이뤘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 측은 최종합의와 관련해 '정치·정권·시대교체를 위한 국정 운영의 동반자'를 선언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밝혔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두 후보가 (당선 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공동 운영하고, 공동 정부를 꾸려 국정 운영을 함께하기로 했다"고 했다. 다만 "특정 자리를 제안하거나 안 후보가 제안한 여론조사 경선과 관련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정작 여론조사 국민경선 논의 여부를 두고 양측은 진실 공방을 벌이며 감정의 골만 확인했다. 윤 후보는 "여론조사 얘기는 한 번도 나온 적이 없고 여론조사 방식에 역선택을 포함할지에 대한 논의도 협상테이블에 오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안 후보는 전남 여수에서 기자들과 만나 "협상테이블에 저희가 그것을 올렸는데 없었다는 건 협상 상대자로서 도리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 측을 대표했던 이태규 의원은 윤 후보의 협상 경과 공개에 대해 "스스로 진정성을 부정하는 모순된 행동"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재명과 박빙판세에 위기감도 작용

단일화에 말을 아껴온 윤 후보가 180도 태도를 바꾼 이유는 최근 박빙으로 돌아선 판세과 무관치 않다. 선거 막판 단일화 협상에 매몰될 바에야 차라리 정권교체 여론을 결집시키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 지표를 보면 여권 지지층의 결집이 강화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KBS·한국리서치 조사(24~26일 실시) 결과, 이 후보와 윤 후보는 39.8%로 동률이었다. 직전 조사(7~9일 실시)와 비교하면 이 후보가 5.8%포인트 상승한 반면 윤 후보는 2.1%포인트로 상승에 그쳤다. 민주당이 최근 정치개혁안을 고리로 안 후보에게 구애의 손길을 내미는 것도 국민의힘으로선 골칫거리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7일 경북 포항시 북구 신흥동에서 열린 유세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포항=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7일 경북 포항시 북구 신흥동에서 열린 유세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포항=연합뉴스


단일화 여지 있지만 '효과는 반감'

투표용지 인쇄일 전 단일화가 물 건너가면서 대선은 다자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투표용지에는 이날 자정을 기준으로 등록된 대선후보가 기호순으로 인쇄된다. 국민의힘은 사전투표 시작일(3월 4일)을 '2차 데드라인'으로 보고 단일화 가능성을 닫지는 않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본 관계자는 "0.1%의 추가득표를 위해서라도 단일화는 끝까지 열어두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다만 단일화가 이뤄지더라도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사전투표 전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엔 투표소에 사퇴 안내문만 게시된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한국리서치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현빈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