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한 달 동안 산재 사망자가 의미 있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법이 시행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6일까지 산재 사망자는 42명(35건)으로 52명이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52건)보다 10명 감소했다. 설 연휴로 산재 사망사고가 빈번한 건설공사가 중지되는 등의 영향이 있었지만 기업들이 법 시행을 계기로 산업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 법 시행 대상인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사고 건수는 전년 동기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법 시행 전부터 산업계는 처벌만능주의, 과잉입법이라고 반발했지만 산재 사망 감소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난 건 경영책임자들이 관심을 기울이면 산재 예방 대책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중대재해가 구조적으로 줄었다고 판단하기에는 시행기간이 짧았고 법 제외ㆍ유예 대상인 50인 미만 기업의 산재는 감소폭이 미미했다. 지난 한 달간 중대재해에 해당하는 사고도 9건이나 발생했다. 대부분 채석장 붕괴, 승강기 추락, 공장 폭발, 기계 끼임 등 후진국형 산재 사망사고였다. 보건안전 시스템에 대한 기업의 지속적 투자, 산업현장에서 노사의 안전의식 강화 등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대형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
불안한 곳은 법 적용 제외ㆍ유예 대상인 중소ㆍ영세 사업장들이다. 이들은 산재 사고에 대한 책임을 모두 경영자에게 물으면 경영이 불가능하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사망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안전의무를 다했다면 과중한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법원 역시 합리적으로 책임 소재를 가릴 것이다. 산업계는 법 시행 이후 재판과 판례 등을 검토한 뒤 불합리한 점이 있으면 법 개정을 요구하는 것이 순리다. 정부 역시 산재 취약 사업장 등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산재 예방 컨설팅, 예산 지원에 힘써야 한다. 지금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안착을 위해 노사정이 손을 맞잡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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